원자력발전소 가동률이 올 들어 평균 50% 선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6·13지방선거 직후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를 결정하는 등 정부가 탈(脫)원전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한국전력의 적자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1∼5월 원전 평균 가동률은 58.4%였다. 지난해 12월 50%대로 떨어졌던 원전 가동률은 5개월 연속 50% 선에 머물다 5월 들어 60%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과 2011년 가동률 90%를 넘으며 세계 1위 원전 가동률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이처럼 원전 가동률이 낮은 건 총 24기의 원전 중 9기가 동시에 예방정비나 안전점검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원전업계에서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정비가 끝난 원전의 재가동을 이전보다 까다롭게 승인해주면서 가동률이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 기의 원전에서 발견된 문제를 모든 원전에서 검사하다 보니 재가동이 늦춰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정부와 한수원은 원전 가동률 급감이 탈원전 정책과 무관한 일시적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작업 등이 마무리되면 올해 하반기 가동률이 77.3%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낮은 원전 가동률은 한전의 실적을 갉아먹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올해 4월 전력구입 단가는 kWh당 95.92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5% 비싸졌다. 발전단가가 낮은 원전의 발전 비중이 31.7%에서 21.9%로 낮아진 반면 상대적으로 단가가 비싼 액화천연가스(LNG)는 18.3%에서 30.6%로 높아졌다. 이에 한전은 지난해 4분기(10∼12월)와 올해 1분기(1∼3월) 각각 1200억 원대의 적자를 냈다. 2분기(4∼6월)에도 적자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한전이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한전과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전기요금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탈원전 드라이브가 강화되면 한전의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고 이는 결국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게다가 한전은 남북 경제협력 차원에서 북한의 열악한 전력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한 재원도 필요한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한수원은 지방선거 직후인 15일 예정에 없던 이사회를 소집해 경북 경주시 월성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의 건설 중단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문 대통령의 ‘탈핵 시대’ 선언 1주년을 맞아 다시 탈원전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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