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까지 공격… 도 넘은 축구대표팀 비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5일 03시 00분


일부 축구팬들 잇단 패배 악플공세… 페널티킥 빌미 선수 무차별 공격
靑게시판에 “감독 처벌” 청원도

일부 누리꾼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 중인 한국 대표 선수 가족의 외모까지 비하하는 등 악플 공격의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골키퍼 조현우의 소속팀 대구FC는 20일 조 선수의 아내 이희영 씨가 남편에게 보내는 영상 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개했다. “멋지게 해내고 있어 존경스럽고 열심히 응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일부 누리꾼이 이 씨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이 씨와 그의 딸의 외모를 비하하는 글을 남기면서 논란이 커졌다. 결국 이 씨는 본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22일 폐쇄했다. 이 씨는 “제 일상을 즐겁게 봐주시고 저희 가족을 위해 좋은 마음으로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운을 뗀 뒤 “아기에 대한 안 좋은 댓글들을 듣게 되면서 아기가 나중에 글씨를 알게 되면 상처를 받을까 봐 700개 정도의 수년간 일상을 담은 일기와 같은 것들을 지우게 됐다”고 썼다. 이 씨는 “아기는 아무것도 모르기에 아기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엄마의 마음으로 (삭제를) 선택한 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달라”고 밝혔다.

시민들은 “제발 가족은 건드리지 말자”며 무분별한 행동을 비판했다. 조현우는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선방을 펼쳤다.

또 일부 누리꾼은 멕시코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핸들링 반칙으로 페널티킥 실점의 빌미를 준 한국 대표팀 장현수에 대해서도 악플 공격을 퍼부었다. 24일 경기가 끝나자마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장현수의 국가대표 박탈과 영구 제명, 군 면제 취소 등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왔다. “장현수 승부 조작 조사해 주세요”, “장현수 선수를 배구선수로 바꿔주세요”, “장현수를 추방해라”는 청원에 이어 “장현수가 슬라이딩만 해서 한국까지 오게 해 달라”고 비아냥거리는 글도 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태용 대표팀 감독의 경질이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도 올라왔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운영이나 팀워크 부재 등에 대해 얼마든지 비판할 수 있지만 인격 모독과 가족 비난 행위는 어떤 경우라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구특교 kootg@donga.com·홍석호 기자
#축구대표팀#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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