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폭행’ 40대男, 조현병 때문? 조현병에 대한 ‘오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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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6월 25일 10시 41분


묻지마 폭행

묻지마 폭행. 사진=MBN 뉴스 캡처
묻지마 폭행. 사진=MBN 뉴스 캡처
주유소 직원과 택시기사, 행인 등을 연쇄 폭행한 40대 남성이 조현병 환자로 의심된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조현병 포비아(공포증)’가 다시 확산하는 모양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24일 오전 7시께 대림동의 한 주유소에서 주유비를 내지 않은 뒤 직원을 폭행하고 이어 인근 공원에서 마주친 행인과 택시기사 등을 폭행한 최모 씨(40)를 현행범으로 붙잡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4명의 피해자 중 1명은 최 씨의 폭행으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최 씨는 자신의 폭행 사실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매체는 경찰 관계자를 인용해 최 씨가 조현병을 앓았다고 전했다.

조현병은 망상, 환청, 와해된 언어, 정서적 둔감 등의 증상과 더불어 사회적 기능에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2011년 정신분열병(정신분열증)이라는 병명이 사회적인 이질감과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유로 이 같이 바뀌었다.

조현(調絃)이란 사전적인 의미로 현악기의 줄을 고르다는 뜻으로, 조현병 환자의 모습이 마치 현악기가 정상적으로 조율되지 못했을 때의 모습처럼 혼란스러운 상태를 보이는 것과 같다는 데서 비롯됐다.

대표적인 증상은 망상과 환각이다. 망상의 내용은 피해망상, 과대망상부터 신체적 망상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환각의 가장 흔한 것은 환청인데 2명 이상의 사람이 환자의 삶이나 행동에 대해 이야기하는 식의 내용을 가진다. 와해된 언어와 행동을 보이고 움직임과 의사소통이 심하게 둔화되는 긴장증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충동 조절에 문제가 있을 수 있고 치료하지 않은 환자는 흔히 공격적인 행동을 보인다. 또한 자살 시도가 상당히 많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00명에 한 명꼴로 발병하는 조현병은 10∼30대의 젊은 나이에 시작돼 오랜 기간 지속되는 특성이 있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해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으면 건강하게 사회생활을 할 수 있다.

조현병은 적절한 약물 치료로 대부분 회복되지만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하게 되면 재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때문에 증상이 개선된 뒤에도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꾸준히 유지해야 한다.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합병증과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매일 약을 먹어야 하는 고혈압이나 당뇨의 경우와 같다.

지난 2016년 발생한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조현병(정신분열증) 환자로 드러나는 등 최근 조현병 환자에 의한 범죄 관련 보도가 이어지면서 ‘조현병 환자=범죄자’라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하지만 노민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과거 한 인터뷰에서 “조현병은 생각만큼 범죄와 연관이 된다거나 폭력의 위험성이 높은 병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현병 환자가 범죄를 저지를 수는 있지만, 조현병을 앓는다고 해서 무조건 폭력적이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건 아니라는 것.

그는 “정신질환 중에 사이코패스 또는 소시오패스 등 공격성과 범죄를 일삼는 질환은 따로 있다”며 “그런 것에 비하면 조현병 환자들의 범죄율이나 폭력성은 아주 낮은 편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대검찰청의 ‘2015년 범죄자 처분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 비율도 일반인의 절반이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5년 전체 범죄자 202만731명 중 강력범죄자(살인, 강도, 방화, 성폭력)는 3만5139명(1.7%)이었고 전체 정신질환 범죄자 7008명 중 강력범죄자는 781명(11.1%)이었다. 정신질환자의 강력범죄율이 일반인의 7∼10배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지만, 이는 통계 해석의 오류다. 인구 10만 명당 범죄자 수로 환산하면 전체 평균은 68.2명인 반면 전체 정신질환자(231만8820명 추산) 대비 강력범죄자는 33.7명으로 절반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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