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구 ‘1인가구 반찬배달’ 큰 호응
혼자 사는 노인들 끼니 거르기 일쑤… 영양 상태 악화로 고독사 위험
봉사자 15명 月3회 반찬 만들어, 60가구에 배달… 외로움도 살펴
25일 오후 서울 성동구 용답동, 70대 노인 혼자 사는 23m² 단칸방은 얼핏 평범하다. TV, 선풍기, 침구류 등 여느 집같이 생필품을 갖췄다. 하지만 부엌이 달랐다. 냉장고는 텅 비었다. 음식찌꺼기가 말라붙은 냄비와 언제 마지막으로 밥을 지었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녹슨 밥솥…. “아침, 점심은 챙겨 드셨느냐”고 묻자 노인은 “아침은 거르고 점심에는 오뎅(어묵) 국물을 먹었다”고 했다. 어느 날 갑자기 운명하더라도 아무도 모를 확률이 높다.
동행한 박해성 용답동 주민센터 주무관은 “가족도, 찾아올 손님도 없는 홀몸노인, 특히 남성들은 대부분 음식 해먹을 의지가 없다. 끼니를 거르거나 물에 밥을 말아 대충 때운다. 부실한 식사 탓에 영양실조를 앓거나 우울증이 악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날 노인은 찐만두와 시금치무침을 비롯해 2주간 먹을 수 있는 반찬을 받았다.
용답동에서 시행하는 ‘1인 가구 반찬 배달’이 새로운 고독사 예방대책으로 주목받고 있다. 용답동에는 성동구 전체 저소득층 1인 가구 3327명 가운데 409명이 산다.
홀몸노인 돌봄과 고독사 문제를 고민하던 구는 노인들의 집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다. 텅 빈 냉장고, 곰팡이 낀 채 방치된 음식, 녹슨 조리대 등이다. 혼자 살다보니 음식을 해먹는 일에 점점 소홀해져갔다. 상당수가 당뇨나 고혈압 같은 지병이 있어 부실한 식단, 잘못된 식이요법은 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됐다. 이들이 꾸준히 끼니를 잇게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구는 판단했다.
올 3월 구는 1인 가구 급식 도우미 모집에 나섰다. 40∼60대 주민 15명이 자원했다. 이 중 10명이 1인 가구 남성이다. 같은 처지의 이웃을 돕겠다고 나선 것이다. 남성 봉사자는 주로 찬거리 원재료를 다듬고 여성 봉사자는 까다로운 양념장 등을 만든다.
이들은 한 달에 세 번 동네 교회에 모여 반찬을 만든다. 시금치무침, 멸치볶음 등 특별히 데우거나 따로 조리하지 않고도 오래 먹을 수 있는 마른 찬 위주다. 한 번 만들 때 드는 음식재료비 약 15만 원은 구에서 지원한다. 우울증과 지병이 있거나 생계가 곤란해 고독사 위험이 높은 60명이 반찬을 제공받는다.
서울시가 같은 달 내놓은 ‘고독사 종합대책’에 따르면 통반장이나 주민자치위원 같은 이웃이 고독사 위험이 높은 저소득층 1인 가구의 ‘이웃 살피미’가 된다. 주기적으로 찾아 건강이나 집 안 위생상태 등을 살핀다. 그러나 외부인 방문을 꺼리는 1인 가구 특성상 고독사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란 지적이 나온다.
반면 반찬 봉사는 이들 홀몸노인, 특히 남성 노인들이 잘 챙겨먹어 호응이 좋다고 한다. 반찬 봉사자 이영준 씨(42)는 “다 잡수셔서 빈 반찬통을 수거할 때면 뿌듯하다. 영양가 있는 식사를 꾸준히 해서 혈색이 좋아진 노인이 많다”고 말했다. 구는 주민 호응과 사업 효과도 좋아 반찬 봉사 대상을 차츰 늘려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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