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100일간 불법출입국 425명 체포
브로커에 수백만원 건네고 가짜 서류 만들어 국내 취업
해외 유령회사 수입상 위장 입국… 제주→여수 밀항하다 헬기 적발
중국인 송모 씨(41·여)는 지난해 1월 관광비자로 한국에 들어와 수도권의 한 공장에 불법 취업했다. 관광비자 유효기간인 90일 후에도 한국에 머물 방법을 찾던 그는 중국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올라온 글을 보고 솔깃했다. 중국 정부의 종교적 박해를 받던 ‘파룬궁’ 수련생으로 한국에 온 난민으로 꾸며주겠다는 거였다.
송 씨는 브로커 진모 씨(51)가 꾸며준 각종 가짜 서류로 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신청을 했다. 경찰은 올 4월 ‘가짜 난민신청자가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한 끝에 송 씨와 진 씨 등을 붙잡았다. 진 씨는 300만∼500만 원을 받고 송 씨 등 중국인 4명을 파룬궁 수련생으로 둔갑시켜 가짜 난민신청을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청은 3월부터 100일간 가짜 난민신청과 제주도 무단이탈 등 불법 입·출국범죄, 국제 보이스피싱과 마약 밀반입, 해외 원정 성매매 등 각종 국제범죄를 집중 단속해 387건을 적발하고 868명을 붙잡았다고 26일 밝혔다. 적발된 피의자 중 49%(868명 중 425명)가 불법 입·출국 사범이었다. 대부분 일자리를 구하려 한국에 불법 입국하거나 가짜로 난민신청을 한 외국인이었다.
제주에 무비자제도를 이용해 입국한 뒤 본토로 밀항하려던 외국인과 브로커 15명도 포함됐다. 중국인 추모 씨(53)는 4월 제주에서 전남 여수항으로 향하는 화물선에 실린 감귤 운반차 트렁크에 숨어 밀항하다가 헬기와 함정을 동원한 경찰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추 씨 뒤에는 “600만 원을 주면 한국 본토로 보내주고 더 좋은 일자리를 마련해주겠다”고 유혹한 한국인 브로커 임모 씨(43)가 있었다.
해외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불법 입국을 원하는 외국인을 회사 소속 수입상으로 위장시켜 국내로 입국시킨 경우도 있었다. 한국에 유령회사를 세우고 해외에 있는 외국인에게 유령회사 명의로 초청장을 보내 입국시키는 방식이 노출되자 아예 외국에 유령회사를 세워 추적을 어렵게 하는 수법으로 진화한 것이다. 경찰은 최근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UAE)에 유령 회사를 세우고 베트남 파키스탄 인도인들을 수입상으로 속여 국내로 입국시킨 한국인 브로커 2명을 구속했다.
경찰은 향후 불법 입국하거나 가짜 난민신청을 하는 외국인이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보다 평균임금이 낮은 중국과 동남아 사람들은 한국에 불법 입국했더라도 난민신청을 한 뒤 심사 결과에 불복해 재심사를 거치고 다시 대법원까지 소송을 진행하면서 2∼3년씩 버티고 있다. 그 기간만이라도 한국에서 일하면 본국에 있을 때보다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계산에 일단 한국에 들어오고 보자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활성화하고자 비자 발급 절차가 간소화되고 한국과 무비자협정을 맺는 국가가 늘어나면서 한국에서 벌어지는 국제범죄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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