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 잘린 여고생 머리카락, 용의자의 범죄 습성?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7일 03시 00분


강진 여고생 사망 미스터리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강진=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전남 강진군에서 실종됐던 여고생 A 양(16)의 시신이 발견됐고, 살해 용의자는 ‘아빠 친구’ 김모 씨(51·사망)이다. 하지만 A 양의 사인과 살해 경위 등 사건의 실체는 미궁에 빠졌다. A 양 죽음의 4가지 미스터리를 정리했다.

① 왜 낫에서 A 양 유전자 검출됐나?

경찰의 방범용 폐쇄회로(CC)TV 영상 확인 결과 A 양이 실종된 16일 김 씨는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강진군 군동면 집에 도착했다. A 양 시신을 강진군 도암면 매봉산에 유기한 뒤 귀가한 것이다. 당시 그는 차를 세우자마자 승용차 트렁크에서 낫과 배낭을 꺼냈다. 낫을 창고 앞 농기구 걸이에 걸어둔 뒤 배낭을 멘 채 창고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었다. 창고 밖으로 나온 그는 8분 동안 옷으로 보이는 천을 태웠다. 그리고 14분간 승용차를 세차했다. 이후 1시간 동안 목욕을 하고 자신의 검은색 긴팔 점퍼와 바지를 빨았다.

경찰은 승용차와 김 씨가 빤 옷을 감식했지만 A 양의 지문이나 혈흔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의 낫 손잡이 부분에서 A 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다. 땀과 피부에서 나온 유전자다. 김 씨의 유전자도 확인됐다. 두 사람이 함께 있었다는 결정적 증거가 확보된 것이다.

하지만 왜 낫에서 A 양의 유전자가 검출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안팎에선 김 씨가 A 양에게 아르바이트라며 매봉산의 풀과 나뭇가지를 낫으로 베도록 시켰다는 추정이 나온다. 매봉산 자락엔 김 씨 부모의 묘소 터가 있다. 또 A 양이 김 씨의 지시로 약초를 벤 것 같다는 분석도 있다.

② 가파른 산 정상 너머까지 간 이유는?

A 양의 시신은 높이 250m의 매봉산 정상 아래 50m 지점에서 발견됐다. 김 씨의 고향 마을이 있는 곳에서 출발해 산 정상을 넘어가야 하는 곳이다. 김 씨가 당시 2시간 반 동안 승용차를 주차했던 고향마을 농로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1km가 넘는다. 완만한 코스로 걸어서 약 40분 정도 걸린다. 하지만 이 코스도 정상 부근은 매우 가파르다. 경사도가 50∼60도인 고개 세 개를 넘어야 정상에 도달할 수 있다.


김 씨는 키 172cm, 몸무게 68kg이었고 A 양은 김 씨보다 키는 작지만 몸무게는 더 나간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김 씨가 A 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업고 산 정상을 넘어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경찰의 추정이다. 만약 김 씨가 공범과 함께 A 양의 시신을 옮겼더라도 산 정상까지 가기는 쉽지 않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따라서 경찰은 김 씨가 A 양을 정상까지 데려간 뒤 살해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김 씨가 산에서 탕 재료나 약초 등을 캐는 아르바이트를 하라고 A 양을 속여 산 정상까지 유인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지만 증거는 없다.

③ A 양 머리카락 왜 잘렸나?

A 양은 실종 직전 단발머리였다. 시신의 머리카락은 짧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의 머리카락을 자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머리카락을 자른 도구를 찾고 있다. A 양의 유전자가 발견된 김 씨의 낫이 그 도구일 가능성이 있다. 경찰 내부에선 김 씨가 A 양의 시신이 발견될 경우를 대비해 남녀 성별 구분이 어렵도록 머리카락을 자른 것 아니냐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시신이 완전히 부패하더라도 골격 분석으로 남녀 구분이 가능하다. 김 씨가 알몸 상태 시신의 머리카락을 깎는 범죄 습성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④ 살해 증거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결과 A 양 사인은 ‘판단 불가’였다. 경찰은 김 씨가 A 양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것으로 보고 직접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시신에서도, 시신이 발견된 곳에서도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은 갈퀴와 금속 탐지기를 동원해 산 정상 주변에서 살해 도구를 찾고 있다.

강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강진 여고생 사망 미스터리#범죄 습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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