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 사진=동아일보DB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와 비자금 조성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69)이 28일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는다. 이로써 조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35)의 ‘물컵 갑질’이후 조 회장 부부와 자녀 3남매 등 일가족 중 아들을 제외한 4명이 포토라인에 서게 된다.
조 회장 일가의 ‘갑질’과 비리 의혹 등이 터져 나온 건 조 전 전무가 지난 3월 중순 광고대행사 직원에게 유리컵을 던지는 등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4월 12일 폭로되면서부터다. 조 전 전무는 지난 5월 1일 서울 양천구 강서경찰서에 출석, 취재진의 질문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혹은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합니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은 5월 4일 폭행 혐의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조 전 전무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폭행 혐의와 관련해 피해자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아 공소를 제기(기소)하기 어렵다는 등의 사유를 들어 영장을 기각했다. 경찰은 이후 조 전 전무에게 업무방해 혐의만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이어 조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44)이 5월 24일 외국인 가사도우미 불법고용 혐의로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지난 4일엔 밀수·탈세 혐의로 관세청 인천본부세관에 출석해 조사를 받기도 했다. 국외에서 구매한 개인 물품을 관세를 내지 않고 대한항공 항공기 등을 통해 몰래 국내로 들여온 혐의다.
조 전 부사장은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1년을 선고받고 실형을 살다가 2015년 5월 항소심에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돼 석방됐고, 지난해 12월 최종심에서 항소심 판결이 유지된 바 있다.
조 회장의 부인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69)은 호텔 공사 현장 근로자와 자택 경비원 등을 상대로 폭언과 폭행을 한 동영상과 증언이 공개되면서 수사선상에 올랐다. 이 전 이사장은 2014년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증축 공사 관계자, 2013년 자택 리모델링 작업자, 자신의 수행기사와 가사도우미, 한진그룹 계열사 임직원 등 피해자 총 11명에게 폭언·폭행을 가한 혐의 등으로 5월 28일 서울경찰청에 출석했다.
이틀 뒤인 5월 30일 이 전 이사장을 재소환해 조사한 경찰은 다음날 이 전 이사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지난 4일 “증거 인멸과 도망의 염려가 없다”는 사유로 기각됐다.
이 전 이사장은 이어 지난 11일 필리핀 출신 가사도우미를 불법 고용한 혐의로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김영현 부장검사)는 18일 법무부 산하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가 이 전 이사장에 대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으나, 법원은 “범죄 혐의의 내용과 현재까지 수사진행 경과에 비춰 구속수사 할 사유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를 기각했다.
조 회장은 두 딸과 아내에 이어 28일 포토라인에 서게 됐다.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혐의 등이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김종오 부장검사)는 28일 오전 9시 30분 조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한다고 27일 밝혔다.
조 회장 등에 대한 세무조사를 벌여온 서울국세청은 조 회장 남매가 조중훈 전 회장의 해외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조 회장 남매가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회장 남매의 조세포탈과 관련, 검찰은 지난 25일 조 회장의 동생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을 불러 조사했으며, 26일에는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을 상대로 상속세를 누락하게 된 경위에 대해 집중적으로 캐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또 조 회장 일가가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가로채기’를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한편 회삿돈을 빼돌린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조 회장의 아들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43)은 아직 수사기관에 출석한 적은 없지만, 역시 조사 대상이다. 조 사장은 1998년 인하대에 부정 편입학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4일 5명으로 구성된 조사반을 인하대로 보내 편입학 관련 조사를 벌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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