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럭이 파인 구멍 밟고 중앙선 침범… 마주오던 승용차 덮쳐 1명 사망
사고현장 지름 1m 깊이 30cm 구멍
트럭운전자 “지날때 운전대 돌아가”
급제동이나 급핸들 조작 더 위험… 비오는 날 야간 과속 말아야
27일 오전 6시경 경기 평택시 현덕면 권관리 왕복 2차로 도로. 이모 씨(50)가 몰던 5t 트럭이 갑자기 중앙선을 넘어 반대 차로로 돌진했다. 트럭은 A 씨(56·여)가 몰던 아반떼 승용차와 충돌했다. A 씨는 결국 숨졌다. 이 씨는 경찰에서 “포트홀을 지나는데 갑자기 운전대가 왼쪽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이 씨가 말한 현장에는 가로 120cm, 세로 100cm, 깊이 30cm의 포트홀(pot hole)이 있었다. 웬만한 승용차의 바퀴는 그대로 빠져 버릴 수 있는 크기다. 5t 트럭의 바퀴 크기는 폭 25cm, 지름 70cm인데 포트홀에 빠진 충격으로 운전대가 급하게 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장마가 본격 시작되면서 포트홀 공포가 커지고 있다. 낡은 아스팔트에 물이 스며들어 균열이 발생한 뒤 차량 무게 탓에 마치 그릇처럼 도로가 움푹 파이는 현상을 포트홀이라고 한다. 차량이 빠른 속도로 포트홀을 지나면 타이어가 펑크 날 수 있다. 급하게 차로를 변경하다 다른 차량과 부딪치기도 한다. 그래서 포트홀을 ‘도로 위 지뢰’라고 말한다. 땅속에 구멍이 생겨 도로가 깊게 꺼지는 ‘싱크홀’과는 다르다.
포트홀은 집중호우가 잦은 여름에 증가한다. 또 낡은 도로가 많은 오래된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보수공사를 실시한 포트홀은 3만3885곳에 이른다. 2014년부터 4년간 13만8238곳이다. 그중 7월에 가장 많은 16%가 집중됐다. 다음은 8월(12%)이었다.
고속도로와 자동차 전용도로도 포트홀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2014년 3건이었던 고속도로의 포트홀 사고는 이듬해 18건, 2016년 11건으로 증가했다. 서울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 등 자동차 전용도로에서도 지난해에만 포트홀 5190개가 발견됐다. 시속 80km 안팎의 속도로 달리던 차량이 포트홀을 만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주행 중 포트홀을 발견하면 급제동하거나 운전대를 급하게 돌리면 안 된다. 옆 차로를 침범하거나 중앙선을 넘어서 더 큰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야간에는 포트홀 발견이 더 어렵다. 항상 규정 속도를 지켜야 하고 야간이나 비가 올 때는 그 이하로 속도를 줄여야 한다. 타이어 마모 상태도 수시로 확인해야 한다.
박천수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비가 자주 오면 포트홀의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특히 야간 빗길에는 운전자가 포트홀을 식별하기 매우 어렵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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