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류탄으로 전차군단 깬 카잔대첩… 손흥민 대신 군대 가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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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전 승리에 SNS 등 열광 도가니

한국 덕에 멕시코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자 멕시코 누리꾼이 골키퍼 조현우를 메시아(구세주)로 표현한 사진이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였다(위 사진). 전날 오재원 등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TV로 독일전 생중계를 보다 국민의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SNS캡처
한국 덕에 멕시코가 극적으로 16강에 진출하자 멕시코 누리꾼이 골키퍼 조현우를 메시아(구세주)로 표현한 사진이 28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였다(위 사진). 전날 오재원 등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고 TV로 독일전 생중계를 보다 국민의례에 맞춰 가슴에 손을 얹고 애국가를 부르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SNS캡처
‘카잔대첩에서 수류탄 병사들이 전차군단을 이겼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조별예선 3차전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독일 대표팀을 2-0으로 꺾은 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글이다. 카잔은 27일 한국과 독일의 경기가 열린 곳.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이자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위인 독일을 ‘투혼’으로 압도한 우리 대표팀의 승리를 누리꾼들은 ‘대첩(大捷)’으로 평가했다. 16강 진출은 아쉽게 좌절됐지만 시민들은 “FIFA 랭킹 1위를 꺾었으니 우리가 랭킹 1위”라는 기분 좋은 농담을 주고받았다.

○ ‘기적 같은 승리’ 자축한 말말말

실점 위기마다 감각적인 ‘슈퍼 세이브’로 골문을 지킨 조현우는 ‘빛현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빛처럼 눈부신 활약을 보여줬다는 뜻이다. 인터넷에는 조현우와 예수를 합성한 사진도 올라왔다. 28일 SNS에는 조현우뿐 아니라 몸을 아끼지 않은 선수들과 한국 축구대표팀에 대한 찬사가 넘쳤다. 조현우와 골을 넣은 손흥민 김영권을 묶어 ‘빛 3대장’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있었다. 멕시코전을 포함해 추가시간에 3골을 기록한 점을 들면서 “독일인들은 한국인이 노래방 추가시간에 얼마나 열창하는지 모를 것”이라는 말도 나왔다.

멕시코전에 이어 독일전까지 두 경기 연속 골을 기록한 손흥민의 군 복무를 면제해줘야 한다는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손흥민은 2012년 런던 올림픽 당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당시 대표팀은 동메달을 따냈고 박주영 김영권은 군 면제 혜택을 받았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흥민의 군 면제를 요청하는 청원이 100건 이상 올라왔다. “손흥민 대신 내가 군대에 가겠다”고 자원하는 시민도 있었다. “손흥민 군복무를 일정 기간 나눠서 대신 하자”는 반응도 뒤따랐다.

한국 대표팀이 ‘사실상 우승했다’는 의견도 나왔다. 강팀이 즐비한 유럽지역 예선에서 10전 전승을 거둔 독일을 이겼으니 더 이상 한국 축구대표팀의 상대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독일 대표팀 주장이자 골키퍼인 마누엘 노이어는 멕시코에 패배한 뒤 “독일은 남은 모든 경기를 결승전처럼 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3차전에서 한국에 졌기 때문에 “(독일이 말하는) 결승전에서 이겼으니 우리가 우승한 것 아니냐”는 유머 섞인 주장도 나왔다.

독일전에서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 대표팀에 ‘만화 같다’는 반응도 나온다. 소년만화 주인공이 강한 적을 상대할 때마다 한 단계씩 강해지는 것처럼 대표팀도 강한 팀을 만나면서 경기력이 좋아졌다는 얘기다. 스웨덴 FIFA 랭킹은 24위, 멕시코는 15위다. 인터넷에서는 “독일전 후반전 추가시간이 1초씩 줄어들 때 일본 만화 ‘슬램덩크’의 마지막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며 “절대 지지 않을 것 같은 1위를 상대한 뒤 떨어졌다는 점도 슬램덩크와 똑같다”는 의견도 올라왔다.

우리 선수들이 ‘축구 명언’까지 고쳐 쓰게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간판 공격수였던 게리 리네커는 1990년 서독에 패한 뒤 “축구는 22명이 90분 동안 뛰고 독일이 이기는 경기”라는 말을 남겼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이 매 경기 상대를 격파하며 우승하자 이 말이 축구의 공식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한국 대표팀이 독일을 꺾은 28일 리네커는 SNS에 자신의 과거 발언을 수정했다. 그는 “축구는 간단하다. 22명이 공을 쫓아 90분 동안 뛰고 더 이상 독일이 항상 이기진 못하는 경기다. 과거의 말은 모두 역사일 뿐”이라고 썼다.

○ 함께한 모든 팬도 ‘승자’
우리가 독일을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는 환희의 순간을 목격한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 간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직장인 한모 씨(31·여)는 “앞선 두 경기에서 모두 패했고 독일이 워낙 강팀이라 당연히 질 줄 알았다”며 경기를 보지 않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하지만 한 씨는 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크게 후회했다. 한 씨는 “아침에 일어났더니 ‘단톡방(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 독일전 승리 얘기로 난리가 났다. 출근해서 만나는 사람마다 축구 얘기”라며 “우리 선수들을 계속 믿어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하다”고 말했다.

독일전 승리의 순간 서울 광화문광장에 있었던 대학원생 김진화 씨(25)는 “또 질 것이라며 안 나온 친구들이 많았지만 승자는 경기를 광장에서 본 나”라며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생겼다”고 말했다. 택시 운전사 김영호 씨(57)도 “스웨덴, 멕시코와의 경기 때 우리 선수들이 아쉬운 실수로 승리를 내줘 독일전만 기다렸다. 일도 쉬고 스마트폰으로 경기를 모두 봤는데 기분이 너무 좋다. 돈을 못 번 것이 아쉽지 않다”고 했다.

홍석호 will@donga.com·김자현 기자
#손흥민 대신 군대#독일전 승리#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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