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000년 山寺, 세계가 지켜야할 가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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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전통사찰 7곳,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전통 사찰 7곳으로 구성된 ‘산사(山寺), 한국의 산지승원’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우리나라는 2015년 백제역사유적지구 이후 3년 만에 세계유산에 등재되며 총 13건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문화재청은 “30일(현지 시간) 바레인 수도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WHC) 회의에서 ‘한국의 산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최종 등재됐다”고 1일 밝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 불교의 신앙·수도·생활 기능을 유지하고 있는 종합 승원인 한국의 산사는 세계유산의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등재된 한국의 산사는 △경남 양산시 통도사 △경북 영주시 부석사 △경북 안동시 봉정사 △충북 보은군 법주사 △충남 공주시 마곡사 △전남 순천시 선암사 △전남 해남군 대흥사 등 총 7곳이다.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곳들로 지금까지도 승려들의 수도 생활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고찰들이다.

순탄한 과정만은 아니었다. 지난달 세계문화유산 후보지를 사전 심사하는 이코모스(ICOMO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한국이 신청한 7곳의 사찰 중 마곡사와 선암사, 봉정사 등 3곳을 제외한 4곳의 사찰에 대해서만 ‘등재 권고’ 판단을 내렸다. 다른 사찰에 비해 역사적 중요성이 충분히 드러나지 않았고, 봉정사의 경우에는 규모가 작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코모스의 심사 결과가 알려지자 우리 정부는 7개 사찰을 모두 등재하기 위한 치밀한 교섭에 나섰다. 문화재청과 외교부는 세계유산위원국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설득에 나서 막판 뒤집기를 위한 노력을 펼쳤다. 결국 21개국 위원회 국가 중 스페인을 비롯해 20개국이 한국의 산사 7곳 등재에 지지 입장을 표명했고, 최종 투표에서 21개국 만장일치로 7개 사찰의 동시 등재가 결정됐다.

세계유산에 등재된 산사는 대표적인 불교유산일 뿐 아니라 빼어난 자연경관과 아름다운 건축물을 자랑하는 곳들이다. 무량수전(국보 제18호)의 배흘림 기둥으로 유명한 부석사는 676년 의상대사가 당나라 유학에서 돌아온 뒤 지은 절로, 우리나라 화엄사상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통도사는 부처의 진신사리(眞身舍利)를 모신 불보(佛寶)사찰로 유명하다. 이곳의 대웅전 및 금강계단은 국보 제290호로 지정돼 있는 국내 불교 문화재의 보고다. 문화재위원인 명법 스님은 “이 사찰들에는 각종 문화재뿐 아니라 참선을 수행하는 공동체 문화가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한국 불교의 살아있는 역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네스코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은 건물들의 관리 방안과 종합 정비 계획 수립, 앞으로 늘어날 관광 수요에 대비한 방안 등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사찰 내 건축물을 새로 지을 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와 협의할 것을 주문했다. 정병삼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세계유산 등재도 의미가 있지만 이들이 지닌 진정성과 완전성을 지속적으로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문화재청과 지자체, 조계종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체계적인 매뉴얼이 마련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원모 기자 onemore@donga.com
#한국 전통사찰 7곳#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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