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합원 과반 찬성땐 파업 가능
교섭 끝날 때까지 계속할 수 있어… 생산 차질에도 대체근로 불가능
외국은 파업조건 훨씬 까다로워
산업 경쟁력을 깎아먹는 하투(夏鬪)가 국내에서 연례행사화한 이유 중 하나는 노동 관계법이 노조에 유리하게 돼 있다는 점이다.
노사 협상 전문가들이 노조에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꼽는 대표적인 사례가 손쉬운 파업이다. 한국은 1차례 조합원 과반수의 찬성만 있으면 교섭이 끝날 때까지 파업을 지속할 수 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은 “파업을 할 때 조합원의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한다”고만 규율했다. 투표 방식이나 기간, 투표 효력의 유효기간을 규정하진 않았다. 이 때문에 회사 측에서는 언제 파업이 끝날지 예측조차 할 수 없다.
반면 해외 노조의 경우 파업 조건이 한국보다 훨씬 까다롭다. 미국 GM의 경우엔 근로자 3분의 2 찬성, 독일 폴크스바겐의 경우 4분의 3 찬성이 필요하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찬반 투표의 유효기간이라도 1∼2개월 등으로 정해 사측이 경영 예측이라도 할 수 있도록 노사 간 균형을 맞추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조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을 막기 위한 대체 근로를 막고 있는 현행법도 문제로 지적한다. 현행 노조법과 파견법 등에 따르면 파업 기간 중 중단된 회사 업무 수행을 위해 채용 또는 도급, 파견이 불가능하다. 일부 업무에 대한 대체 근로를 허용하고는 있지만 기업이 가장 필요로 하는 제조업 생산 공정에는 대체 근로가 안 된다.
반면 미국과 독일, 일본의 경우엔 유연한 대체 근로가 가능하다. 미국과 독일은 모든 업무에서 신규 채용과 도급, 기간제 근로 등이 가능하다. 일본도 제조업 생산 현장에서 파견 및 대체 근로가 가능하다.
1년 단위로 맺고 있는 노사 간 임금협상도 주기가 짧다는 전문가 주장도 있다. 한국은 매년 임금협상(임협)을 하고 2년 단위로 단체협약(단협)을 맺는다. 독일과 일본의 경우 임협은 매년 하지만 단협은 3년에 한 번 진행한다. 미국은 아예 임단협 주기가 4년이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경우 임단협 타결 시 보통 20차례 이상 노사가 만나 격론을 펼친다. 짧은 교섭 주기로 인해 만만치 않은 교섭 비용을 치러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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