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6월 제1회 원가분석사 자격시험이 치러졌다. 원가분석사는 공공 또는 민간 예산의 효율적 집행을 위해 정확한 원가를 분석하고 산정한다. 국가공인 자격증을 따야 한다. 당시 건국대 산학협력단 A연구소 본부장이던 김모 씨(52·겸임교수)는 원가분석사 자격시험의 채점위원으로 위촉됐다. 해당 시험에는 김 씨의 친동생이 응시했다. 김 씨는 동생의 OMR 카드 답안지를 빼돌린 뒤 직접 정답을 적어 넣었다. 원가 분석에 문외한이었던 김 씨 동생은 무난히 합격했다.
김 씨의 비리는 기막힌 채점에서 그치지 않았다. 2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따르면 김 씨는 2008년부터 9년간 연구 용역비를 빼돌리고 가짜 직원을 등재시켜 급여를 가로채는 방식으로 약 21억 원을 챙긴 혐의(사기, 배임 등)를 받고 있다. 대학 산학협력단의 경우 연구소 본부장이 직원 선발 등 실질적인 운영권을 갖게 되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김 씨는 자신이 사적으로 운영하는 연구소나 지인의 연구소를 통해 연구 용역을 받은 뒤 실제 연구는 A연구소 직원에게 무상으로 시키는 방식으로 대금을 챙겼다. 연구소에 가짜 직원으로 등록시킨 지인들에게 대학 산학협력단이 급여를 지급하면 이를 돌려받기도 했다.
김 씨는 또 자신의 연구소에 연구 용역을 계속 맡겨달라는 청탁과 함께 기상청 사무관 등에게 8년 넘게 뇌물을 바쳐 왔다. 경찰에 따르면 김 씨는 2009년 2월∼2017년 5월 기상청 경리 담당자 2명과 특정 협회 직원 1명 등 3명에게 각각 2000여만 원씩 6000여만 원을 뇌물로 준 혐의도 받고 있다. 김 씨의 지시를 받은 연구소 팀장들은 1회당 100만∼200만 원씩을 봉투에 담아 직접 기상청을 방문하거나 퀵서비스를 이용해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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