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성폭행 피해 여중생母 ‘靑청원’ 14만명 돌파…13세 소녀 유린 6명 檢 송치

사진=동아일보DB

“2018년 3월 저희 아이는 2000년생 남자아이 3명과 딸아이와 같은 또래 남학생 4명 총 7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사건 후 또래 남자 아이들은 자랑스럽게 ‘OOO를 우리가 성폭행 했다’며 오히려 딸아이 학교에 소문을 내었고, 페이스북에는 ‘딸아이가 남자애들을 꼬셔서 관계를 가졌다’는 허위 사실까지 올렸습니다.” “아이들이 소년원에 들어가고 나서도 상황을 제대로 인지 못하는 소년들의 여자친구들에게서 딸애한테 협박이 오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는 딸아이가 목숨을 끊으려고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리려는 걸 제가 발견하고 둘이 부둥켜안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소년들이 제대로 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다시는 재범의 생각이 들지 않게 특히 소년원에 있는 4명의 아이들에게 더 강한 법의 심판을 요구 드립니다.”

지난달 24일 올라온 ‘미성년자 성폭행 형량을 강화해 달라’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이다. 3일 오후 5시 현재, 이 청원에 동참한 누리꾼은 14만2000명(청와대 답변 기준 20만 명). 청원자는 “(가해자들은) 비행청소년인데 오히려 소년원에 들어간 걸 자랑스럽게 여기는 아이들”이라면서 가해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3일 대구 중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3월 12일 13세 여중생을 집단으로 성폭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가해 학생 A군(17) 등 6명은 현재 재판을 받고 있다. 주범인 A군은 구속 상태로 대구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고, B군(17) 등 2명은 불구속기소된 상태다. C군(13) 등 3명은 소년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날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가해 학생은 (피해 어머니가 주장한 7명이 아닌) 6명”이라면서 “사건을 지난 4월 6일 검찰에 송치했다. 현재 검찰이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해 학생들의 여자친구들이 피해 학생에게 협박을 했다는 피해 학생 어머니의 주장에 대해선 “대구 성서경찰서에서 이들에 대한 수사를 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이 ‘대구 여중생 집단 성폭행’ 사건에 분노하는 건 소년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는 13세 피해 여중생의 또래인 C 군 등 3명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이기 때문이다.

범법행위를 한 미성년자는 나이에 따라 크게 ‘범죄소년·촉법소년·범법소년’으로 나뉜다. ▲만 14세 이상~만 19세 미만은 ‘범죄소년’ ▲만 10세 이상~만 14세 미만은 ‘촉법소년’ ▲만 10세 미만은 ‘범법소년’이다.

이 가운데, ‘범죄소년’은 소년법 특례를 받아 형사처벌은 받지만 완화된 기준으로 형을 선고받는다. ‘촉법소년’과 ‘범법소년’은 형사미성년자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

‘촉법소년’은 가정법원을 통해 소년원 송치, 가정 및 학교로의 위탁 교육 등의 처분을 받지만, 이 경우에도 교육과 보호의 개념에 가까워 전과기록은 남지 않는다. 10세 미만인 ‘범법소년’은 형법과 소년법을 모두 적용할 수 없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어떤 처분도 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청와대는 소셜미디어 홍보물인 ‘친절한 청와대’를 통해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당시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진짜 (소년 범죄) 해결방법은 소년법에 있는 10가지 보호처분을 활성화 시키고, 실질화 시키고, 다양화하는 것”이라며 “(소년법을 폐지하기 보단) 소년원에 넣어서 어린 학생들이 사회로 제대로 복귀하도록 만들어주는 게 더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

경찰 대학 출신인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년법 폐지가 어렵다면 법 개정을 통해 범죄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표 의원은 지난달 30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과 인터뷰에서 “소년법 폐지는 안 된다. 세계아동인권보호협약에 가입한 우리 대한민국이기 때문에 폐지할 수 없다. 그러나 청원에 담긴 국민의 뜻은 분명히 수렴을 해야 하고, 대안을 마련해드려야 한다고 저는 생각한다. 그래서 소년법의 폐지가 아닌 개정을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같은 또래에게 맞는다고 해서 덜 아프지 않는 게 아니다. 강력 범죄에 있어서만큼은 소년법 특칙에 대한 예외, 또는 강화하는 방안을 한 쪽에서 마련해야 한다”며 “가해자들 입장에서 봤을 때는 범죄를 일으키기 전 단계에서 그렇게 까지 강력범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환경의 개선이 숙제”라고 덧붙였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