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세반 담임 A 씨(39·여)와 B 씨(28·여)가 9명의 아이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점심식사를 챙기고 있었다. B 씨는 숟가락질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한 남자아이에게 밥을 떠먹여줬다. 동시에 아이들이 식사를 잘 하는지, 반찬은 골고루 먹고 있는지 지켜봤다. 세 명의 아이가 먼저 식사를 마치자 이들을 세면장으로 데리고 가 양치 지도도 했다. 아직 밥을 먹고 있는 다섯 명의 아이들 식사 지도는 A 씨가 맡았다.
낮잠시간이 시작되기 불과 2분전인 낮 12시 58분, 입을 헹구던 한 여자아이가 자신의 옷에 물을 쏟았다. 혹여 감기에 걸릴까 B 씨는 미리 마련해둔 여벌옷으로 갈아입혔다. 그사이 A 씨는 배변 훈련이 안된 아이들의 기저귀를 갈았다. A 씨가 아이들의 낮잠 이불을 펼치는 동안 장난감을 갖고 놀던 아이들 세 명이 갑자기 싸우기 시작했다. A 씨는 이불 깔기를 중단하고 아이들에게 다가가 ‘사이좋게 놀라’고 다독였다.
9명의 아이들이 모두 자리에 누운 시각은 1시 30분. 하지만 아이들은 쉽사리 잠에 들지 못했다. A 씨와 B 씨는 아이들 옆에 누워 가슴을 다독여줬다. 식사시간에 점심 먹기를 거부한 한 여자아이는 자리에 누운 지 20여 분 만에 벌떡 일어나 밥을 먹겠다고 했다. A 씨가 이 아이에게 늦은 점심을 챙겨주는 동안 B 씨는 엉덩이 부위에 상처가 난 다른 아이의 상태를 체크했다. 그 사이 시곗바늘은 2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1일부터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이달부터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을 비롯한 사회복지서비스업 종사자들은 하루 8시간 근무 시 중간에 1시간을 무조건 쉬어야 한다. 그동안 사회복지서비스업은 근로시간 특례업종에 포함돼 휴게시간을 두지 않아도 무방했다. 하지만 사회복지서비스업이 특례업종에서 빠지면서 보육교사나 장애인활동지원사 등도 일반 근로자처럼 4시간 근무 시 30분,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을 보장받게 됐다.
문제는 현장 상황이다. 하루 8시간 일하는 보육교사 A 씨와 B 씨가 1시간씩 휴게시간을 가지려면 오후 1시 아이들이 모두 낮잠을 자야 한다. 그래야 낮잠시간인 오후 1~3시 두 사람이 교대로 1시간씩 쉴 수 있다.
하지만 첫날부터 여러 ‘돌발변수’로 두 사람 모두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다. B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기 때문에 스스로 행동을 제어하지 못한다”며 “시간표에 맞춰 놀이와 식사, 낮잠 등을 진행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보육교사 휴게시간 보장을 위해 지난달 22일 보조교사 6000명을 전국에 추가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국 어린이집이 4만여 곳에 이르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관계자는 “현행법은 어린이집 원장들을 범법자로 만드는 것밖에 안 된다”며 “다시 사회복지서비스업을 특례업종으로 지정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들도 법과 현실 간 괴리가 크다고 지적한다. 뇌병변 장애를 가진 K 군을 7년째 돌보고 있는 장애인활동지원사 이모 씨(51·여)는 이따금씩 무호흡 증상을 보이는 K 군이 걱정돼 차마 자리를 비우지 못한다.
이 씨는 그동안 오후 4시 15분부터 K 군의 부모가 귀가하는 오후 8시 15분까지 4시간 K 군을 돌봤다. 하지만 1일부터 4시간 근무 시 반드시 30분간 휴게시간을 가져야 해 이 씨는 2일 오후 8시 45분에 퇴근해야 했다. 실제로는 휴게시간을 갖지 못했음에도 수당도 없이 30분 더 일한 셈이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고위험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장애인활동지원사의 휴게시간을 보장하기 위해 가족 또는 다른 활동지원사가 대체근무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씨는 “휴게시간에 대신 돌볼 사람을 구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중증장애인의 경우 생활습관과 건강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않으면 자칫 사고가 날 수 있어 대체인력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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