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1월 27일 환경부에서 독특한 공고를 냈어요. 마리당 100만 원이라는 현상금을 내걸고 몽골에서 다 자란 소똥구리를 데려올 사람을 모집한다는 거였죠. 이를 본 많은 사람이 ‘소똥구리 원정대를 모집한다’, ‘같이 소똥구리 잡으러 가자’ 등의 글을 올리며 큰 관심을 보여 화제가 됐답니다.
‘쇠똥구리’라고도 불리는 소똥구리는 딱정벌레목 소똥구릿과에 속해요. 일본을 제외한 한국과 중국, 몽골 등 동부 아시아와 유럽에 서식하고 있지요. 6, 7월에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요. 이 시기에 산지나 평지를 둘러보면 똥을 굴리고 있는 소똥구리를 쉽게 발견할 수 있지요.
아무나 소똥구리를 데려올 수는 없어요. 소똥구리의 경우 몽골 정부로부터 정식 허가를 받고, 우리나라의 검역을 통과해야 해요. 김원명 환경부 생물자원보전기관건립추진단 연구관은 “공고를 낸 뒤 여러 업체가 신청을 했다. 현재 한 업체와 올해 9월까지 소똥구리를 들여오기로 계약했다”고 말했어요.
그럼 이렇게 들여온 소똥구리는 어디에 쓰일까요? 올해 하반기 경북 영양군에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문을 열어요. 이곳에서는 이름 그대로 우리나라의 멸종위기종을 복원할 예정이지요. 여러 종류의 동식물이 복원 대상으로 선정됐는데, 소똥구리도 그중 하나랍니다.
소똥구리는 소나 말, 양 등 대형 초식동물의 똥을 먹어요. 또 원하는 장소에 똥을 묻어 그 안에 알을 낳기도 하지요. 소똥구리는 똥을 찾을 때 더듬이를 이용해요. 더듬이로 공기 중의 똥 냄새를 감지하면, 똥을 향해 재빨리 날아간답니다.
○ 소똥구리는 생태계 청소부! 우리나라에서 소똥구리는 과거 가축을 키우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었어요. 하지만 1970년대 이후부터 볼 수 없게 됐어요. 현재 소똥구리는 환경부가 지정한 ‘지역절멸’종이에요. 야생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뜻이지요.
전문가들은 소똥구리가 먹이와 서식환경이 변해 사라졌을 것으로 추정해요. 옛날에는 소가 넓은 땅에서 풀을 뜯어먹으며 자랐어요. 그런데 소가 농장에서 집단으로 사육되면서 풀이 아닌 인공 사료를 먹게 됐지요. 그러자 소똥구리가 소똥에서 얻을 수 있는 영양분이 줄어들었어요. 게다가 사료에 들어 있는 구충제와 항생제, 곳곳에 뿌린 농약, 똥을 묻기 어려운 시멘트 바닥 등도 소똥구리에게 치명적이었지요.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연구사는 “전 세계적으로 소똥구리가 점점 줄어드는 추세”라며 “몽골은 넓은 풀밭에서 소를 기르고 있어 아직 소똥구리가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어요.
사라진 소똥구리를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똥구리가 ‘생태계의 청소부 곤충’이기 때문이에요. 소똥구리가 먹고 분해한 똥은 땅의 거름이 돼요. 그래서 땅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지요.
똥에 몰려드는 해충을 줄여주는 데도 소똥구리가 큰 역할을 해요. 대표적인 사례가 호주와 뉴질랜드의 ‘소똥구리 프로젝트’지요. 원래 이곳에 살던 원주민들은 소를 기르지 않았어요. 그런데 유럽 사람들이 호주로 이주하면서 많은 소를 들여와 키우기 시작했지요. 그러자 곳곳에 널린 소똥에 파리가 몰려 심각한 문제가 됐어요.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1965년부터 남아프리카와 유럽의 소똥구리를 들여왔지요. 이 소똥구리들 덕분에 수많은 소똥을 금방 처리할 수 있게 됐고, 파리의 개체수도 90%나 줄일 수 있었답니다.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소똥구리는 아주 오래전부터 지구에 살았는데, 인간 때문에 최근 급격하게 사라지고 있다”며 “한 종이 없어지면 생태계에 여러 피해가 있을 수 있어 이들을 복원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고 말했어요.
○ 몽골과 토종 소똥구리는 한가족!
몽골에서 살고 있는 소똥구리를 우리나라에 복원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까요? 국립생물자원관과 배연재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 교수팀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몽골에서 소똥구리를 들여와 복원 연구를 진행한 적이 있어요.
몽골 소똥구리와 토종 소똥구리의 DNA를 분석한 결과, 유전적인 차이가 2% 미만으로 모두 같은 종인 것으로 나타났지요. 이후 연구팀은 몽골 초원을 누비며 소똥구리를 찾았고, 총 다섯 차례에 걸쳐 460마리의 소똥구리를 들여와 경기 남양주시 덕소에 있는 농장에서 길렀어요. 이 중 64마리가 살아남았고, 짝짓기에 성공해 알을 낳았지요.
이번에 몽골에서 데려오는 소똥구리 역시 비슷한 과정을 거쳐 복원돼요. 이때 반드시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엄격한 검역을 거쳐야 해요. 소똥구리에게 묻어온 똥에서 구제역과 같은 전염병이 옮겨질 수 있기 때문이지요. 이후 지정된 장소에서만 소똥구리를 키울 수 있어요. 이때 소똥구리가 원래 살던 곳의 환경과 비슷하게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답니다.
소똥구리가 잘 자라기 위해서는 먹이인 똥이 가장 중요해요. 신선하고 촉촉한 똥일 때만 소똥구리가 똥을 원하는 크기로 굴려서 먹을 수 있거든요. 또 똥 속에 영양분이 풍부해야 알에서 깨어난 소똥구리가 이를 먹고 잘 성장할 수 있어요.
이강운 소장은 소똥구리에게 알맞은 똥을 먹이기 위해 직접 소를 키우고 있어요. 이곳에 있는 소똥구리는 멸종위기 2등급인 ‘애기뿔소똥구리’예요. 처음에는 다른 방목장에서 구한 똥을 얼려서 보관한 다음 녹여서 애기뿔소똥구리에게 주었어요. 하지만 얼렸다가 녹인 똥은 수분이 너무 많아서 애기뿔소똥구리들이 좋아하지 않았지요. 그래서 넓은 땅에서 소를 키우기 시작했어요.
소똥구리의 수를 늘리더라도 야생에 내보낼 만한 곳은 아직 없어요. 김태우 연구사는 “야생에서 소똥구리가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서식지가 점점 줄고 있어 쉽지 않다”며 “이번 복원을 계기로 많은 사람이 환경 보존에 대한 인식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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