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대법관 후보자 이색 사연
초등생때 부모 잃고 24세 사시합격… 남편 한의대 학비 벌려 법원 떠나
한의사 되자 변호사 그만두고 복직
김명수 대법원장이 2일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한 노정희 법원도서관장(55·사법연수원 19기·사진)이 이른 나이에 부모를 잃고, 남편 뒷바라지도 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노 후보자는 초등학교를 다닐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성장했다고 한다. 집안에선 오빠가 실질적으로 ‘가장’ 역할을 했다. 형편이 어려워 사법시험 준비를 하는 과정도 녹록지 않았다. 자취방이나 하숙집에 머무는 대신 이화여대 사법고시반 기숙사에 살면서 공부를 했다. 그럼에도 만 24세이던 1987년 사법시험에 합격했고, 이화여대 출신 첫 대법관을 앞두고 있다.
잠시 법관 생활을 접고 변호사로 일했던 것은 남편을 뒷바라지하기 위해서였다. 노 후보자는 1990년 춘천지법에서 법관 생활을 시작했지만 1995년 변호사로 개업했다. 한의대에 다니는 남편의 학비를 대야 했기 때문이었다. ‘외벌이’로 일하면서 두 딸을 키우기도 했다. 노 후보자는 남편이 한의사로 활동하자 2001년 재임용돼 인천지법에서 다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8년 기준 노 후보자의 재산은 6억657만3000원이었다. 대법관 후보자 3명 중 가장 적은 것은 물론이고 올해 재산 공개 때 법조계 고위직 평균 재산(22억9200여만 원)의 30%에 불과하다.
변호사 시절 노 후보자는 연수원 동기인 김칠준 변호사(58·19기)가 대표로 있는 법무법인 다산에서 일하며 김 변호사의 영향을 받았다고 알려져 있다. 김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부회장, 국가인권위원회 사무총장 등을 지내며 공익소송을 다수 변론했다. 노 후보자를 잘 아는 법조계 관계자는 “동료와 후배들을 잘 챙기고 좌고우면하지 않는 분이다. 힘든 시기를 겪었음에도 성품이 온화하고 따뜻해 주위의 신망이 높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