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와 나무 위에 저어새들이 망중한을 즐기고 있다. 주걱 모양의 독특한 부리가 인상적인 저어새는 세계적으로 4000여 마리(2018년 전세계 동시 센서스) 밖에 남지 않는 희귀 조류다. 전 세계 개체군의 80% 가량이 3월이면 동남아 월동지에서 올라와 우리나라 서해에서 번식한다. 한강유역환경청은 올해 이 섬에서 실시한 전문가 조사 결과 60여개의 둥지를 확인했다. 약 120여 마리의 저어새가 찾아온 셈이다. 더구나 여기서는 노랑부리백로도 번식한다. 쇠백로와 비슷하지만 노란색 부리가 쇠백로의 검은 색과 다르다. 천연기념물 제205-1호인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제361호)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동물 Ⅰ급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귀한 새가 이 섬에서 번식을 하고 있다.
‘이 섬은 아직 이름을 밝힐 수 없다!’
왜? 알려져 자칫 사람의 발길이 잦아지면 순식간에 섬이 망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서식지였던 인천 옹진군 ‘신도’, 노랑부리백로는 80년대 후반까지 여기에서 매년 500여 쌍 이상이 번식했지만 95년 3쌍만 번식을 하고 지금까지 한 마리도 찾아오지 않고 있다. 사람들의 간섭 때문에 번식지를 버린 것이다. 환경부는 2000년에야 신도를 ‘특정도서’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이 섬은 안전할까?’
낚싯배가 수시로 드나들고 이 섬에서 취사를 하는 낚시꾼도 있다. 번식기엔 갈매기와 저어새의 알을 가져가는 사람도 있다. 2016년 이 섬에서 백여 개의 알을 훔치던 사람이 경찰에 적발된 적이 있다. 이 섬에 자라는 느릅나무 밑동까지 잘라내 껍질을 벗겨 약재로 파는 사람들도 있다.
‘위협요인은 또 있다!’
괭이갈매기가 늘어나고 섬의 사막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 섬에 8000여 마리의 괭이갈매기가 살고 있다. 일제히 날아오르면 섬을 덮을 정도다. 산성인 배설물은 풀과 나무를 죽인다. 또 섬을 점령한 괭이갈매기 떼가 알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새를 공격하면서 자기 영역을 넓히고 있다. 풀과 숲이 사라지고 괭이갈매기가 늘어나면서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의 번식 공간도 줄어든다.
‘안전하게 보호할 방법은?’
무인도는 불법행위에 대한 단속이 어렵다. 사람이 살지 않아 감시나 관찰도 힘들다. 지금 상황에서 ‘특정도서’ 지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야생 동·식물의 포획, 채취 등 생태계에 영향을 주는 모든 행위와 사람의 출입도 제한된다. 2016년 한강유역환경청에서 특정도서로 지정해 줄 것을 환경부에 건의했다. 환경부는 ‘특정도서’로 지정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추진했지만 이 섬이 국유지가 아닌 민간 소유라 쉽지 않은 모양이다.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를 더 많이 보고 싶다!’
우리나라 서해는 저어새, 노랑부리백로의 최대 번식지이지만, 연안 개발과 무관심으로 서식지가 사라지고 먹이원이 줄고 있다. “생태 보전은 시기가 중요합니다. 자연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어렵죠. ‘신도’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말고 우리들의 관심과 보전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 섬의 새와 식물을 3년 동안 연구해 온 윤석민 한강유역환경 자연환경과 전문위원이 말했다. 내년엔 이 섬의 바위와 나무에 더 많은 저어새와 노랑부리백로가 앉아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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