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인권 조례 제정’ 뜨거운 감자로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재선에 성공한 박종훈 경남교육감, “조례제정 서둘러야” 정면돌파 시사
“학생 지도 어렵고 교권침해 우려”… 경남교총 등 반대 단체와 마찰 예상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이 4월 하순 경남 창원시내에서 학생인권 조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이 4월 하순 경남 창원시내에서 학생인권 조례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무상급식 논쟁은 끝났다. 이제는 학생인권 조례다.’

‘경남 학생인권 조례 제정’을 둘러싼 논쟁이 지역 교육계를 중심으로 뜨겁게 달아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출신에 재선인 박종훈 교육감(57)은 최근 “조례 제정에 속도를 내라. 3선 불출마는 물론 향후 선출직에 나서지 않겠다”며 정면 돌파를 시사했다.

경남교원단체총연합회를 포함해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단체와의 마찰도 격렬해질 것으로 보인다.

○ 올해 안 도의회 제출

경남도교육청은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고 있다. 팀장을 포함해 교원, 학부모, 시민단체 관계자 등 23명이 다른 시도 조례를 참조하고 시행 과정의 장단점을 분석해 조례안을 만드는 중이다. 학생인권 조례는 경기도, 광주시, 서울시, 전북도 등에서 제정했다. 경남에서도 2012년 도민 3만7000명이 서명해 주민발의로 인권 조례 제정을 추진했으나 성사되지 않았다.

간사를 맡고 있는 학생생활과 장학사는 4일 “내부 전문가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쳐 조례안을 도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상황에 따라 시기는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청회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3차례 정도 열릴 예정이다.

박 교육감은 “내년 3월로 예정했던 조례안의 도의회 제출 시기를 올해 연말로 앞당기도록 지시했다. 공청회가 시작되면 조례안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학생인권이 교권과 충돌한다는 오해가 있으나 그렇지 않다. 교권 보호 방안도 충분히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창원경일고의 한 교사는 “교사의 존중을 받는 학생이 교사도 존중하지 않겠느냐. 교사와 학생의 인권이 함께 신장돼야 한다”며 찬성 의사를 나타냈다.

○ 교사 권한 축소 우려

경남교총과 경남학생인권조례반대 경남연합 등의 태도는 강경하다. 학생인권 신장에는 동의하지만 부정적 요소가 많다는 이유에서다. 경남연합은 이 조례를 ‘경남 학생 붕괴 조례’라고 비하하고 있다.

경남교총은 머리와 복장, 휴대전화는 물론 소수 성적지향성까지 보장하면 교사들이 학생을 지도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심광보 경남교총 회장은 “학생인권은 당연히 존중하지만 독소 조항들로 인해 학습 분위기가 훼손되고 결국은 교사들의 방관으로 이어질 것이다. 교사의 권한 축소는 교권 침해로 나타난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상당수 교사가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연합은 “임신, 출산의 권리를 가르치는 인권 조례 제정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 우리 아이를 데모꾼으로 키우는 것을 절대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남 학생인권 조례의 제정 여부는 경남도의회에 달렸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압도적 다수였지만 6·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이 됐다. 전체 58명 가운데 민주당이 34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조례 통과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10대 경남도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활동했던 김지수 의원(민주당)은 “학생인권 조례와 학생노동인권교육 조례 등을 긍정적으로 본다. 의원들이 도민의 눈높이에 맞는 입법 활동을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경남학생인권조례#경남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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