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친 왜 만나” 10대 10명이 여고생 밤샘 집단폭행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5일 03시 00분


주범이 동네 선후배 불러 모아
노래방-관악산서 새벽까지 때려… 음료수 캔 등 이용해 성추행도
10명 입건… 1명 14세 안돼 보호처분

집단폭행 피해자 A 양이 입원 직후 찍은 사진. 온몸에 멍 자국이 선명하다. 페이스북 캡처
집단폭행 피해자 A 양이 입원 직후 찍은 사진. 온몸에 멍 자국이 선명하다. 페이스북 캡처
‘죽고 싶다, 무섭다.’

4일 여고생 A 양(17)의 카카오톡 첫 화면에 있는 글이다. 자신이 겪은 22시간의 악몽 탓이다.

악몽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작됐다. 지난달 26일 오후 3시경 A 양은 학교 앞에서 만난 친구 5명과 함께 서울 노원구의 한 노래방으로 갔다. 모니터 불빛만 있는 어두운 노래방에 들어가자 친구들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단체로 A 양의 무릎을 꿇렸다. 그리고 다짜고짜 뺨을 때렸다. 사방에서 주먹과 발이 날아왔다. 비명소리는 흥겨운 노래 반주에 묻혔다. 친구들은 이 모습을 휴대전화로 촬영하고 영상통화를 통해 다른 사람에게 자랑까지 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친구들은 A 양을 버스에 태웠다. 그리고 관악산으로 끌고 갔다. 그 사이 다른 학생들이 합류했다. 여학생 5명과 남학생 3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산 속 으슥한 곳을 골라 A 양을 폭행했다. 나뭇가지와 음료수 캔을 이용해 성추행까지 했다. ‘엎드려 뻗쳐’ 자세를 시키고 각목으로 때리기를 반복했다. 인기척이 들리면 옷을 입히고 더 높은 곳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폭행과 성추행을 반복했다. A 양이 정신을 잃고 쓰러지면 머리채를 잡아 일으켜 세워놓고 때렸다. 지옥 같은 상황은 다음 날 새벽까지 계속됐다.

실신하다시피 한 A 양은 가해자 중 한 학생의 집으로 끌려갔다. A 양의 행방을 몰라 애태우던 가족은 경찰에 미귀가 신고를 했다. A 양은 가해학생이 잠든 틈을 타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보고 찾아 온 경찰에 겨우 발견됐다. 그때가 6월 27일 오후 1시경이었다. 발견 당시 A 양은 자기 힘으로 서지도, 말하지도 못하는 상태였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피해자 언니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온몸에 멍이 들고 가슴에 공기가 차 물도 먹지 못했다. 식도에 연결했던 호스를 오늘에야 빼서 이제 물을 먹기 시작했다. 대소변도 호스로 받았다”고 말했다.

4일 서울 도봉경찰서에 따르면 범행을 주도한 한 여학생은 “A 양이 내 남자친구와 만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피해자의 언니는 “사실이 아니다. 동생이 그저 ‘센 척’을 했다는 이유로 범행의 대상이 됐다”고 반박했다.

경찰은 A 양 진술을 바탕으로 잠시 현장에 있었던 단순가담자 2명을 포함해 중고교생 10명을 공동폭행 및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미 다른 사건에 연루된 주동자 3명은 소년분류심사원에 인치됐거나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가해학생 중 1명은 소년법상 형사미성년자(만 14세 미만)라 보호처분을 받게 된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집단폭행#여고생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