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광주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인 환자를 빠르게 병원으로 이송하려던 119구급차가 다른 차와 충돌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구급차 교통사고 처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지난 2일 오전 11시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암동에서 119 구급차가 빨간 신호에 교차로를 통과하다가 옆에서 빠르게 달려오던 승합차에 받히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구급차에는 음식물이 기도에 걸려 호흡 곤란이 온 90대 할머니가 타고 있었으며, 구급대원들은 환자의 흉부를 압박하며 인공호흡을 시도하고 있었다.
이때 사고가 발생해 구급차가 전복되면서 구급대원들은 뒷문을 통해 차 밖으로 튕겨져 나왔다. 그러나 구급대원들은 아픈 몸으로 다시 엉금엉금 차로 기어들어가 환자의 상태부터 살피는 살신성인의 정신을 보였다. 구급대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할머니는 결국 숨졌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구급차와 소방차 등 '긴급 자동차'는 긴급상황일 때 신호나 속도위반을 해도 된다. 단 사고가 나면 상황은 달라진다.
교통사고에 대한 면책권은 긴급차량에도 보장되지 않는다. 현행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긴급 차량도 신호위반 등 11대 중과실로 사고가 나면 일반 운전자와 마찬가지로 처벌 받는다.
구급차 운전자는 ‘빠르고 안전하게’ 운전해야 하는 상황인데, 도시의 혼잡한 도로에서 ‘빠르고 안전하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최근 4년 간 119구급차 교통사고 건수는 한 해 평균 245건이다. 이 중 교통법규 위반으로 인한 구급차 과실 비율은 75%에 달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구급차 운전요원이 카레이서의 교육을 받는 일도 있다고 한다.
구급차 사고 처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과거부터 계속돼 왔다. 지난 2016년 위급상황에서 발생한 긴급자동차의 사고에 대해 공소를 제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된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된바 있고, 올 2월에도 긴급자동차 사고 시 운전자 책임을 감면하는 내용이 담긴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두 번 다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 다시 구급차 사고 문제가 대두되자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응급 환자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썼음에도 불구하고 처벌 위기에 놓인 구급대원들을 위한 면책 조항을 만들어달라"는국민 청원이 등장했다. 작성자는 "국민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교통법을 어기면서까지 환자를 살리려는 투철한 직업정신을 가졌을 뿐인데 과연 구급대원이 처벌받아야 하냐"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 청원엔 5일 오후 12시 기준 1만 7000여 명이 참여했다.
광주 북부경찰서는 구급차를 운전한 소방서 직원을 5일 조사하기로 했다. 구급차 사고가 잇따르자 경찰은 2016년 구급차 사고 처리에 대한 내부지침을 마련했는데, 피해자가 전치 3주 미만의 경상을 입었을 때 선처할 수 있는 요건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는 환자가 숨졌다는 점 때문에 경찰도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할머니의 사망 원인이 무엇인지에 따라 운전자의 처벌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경찰은 할머니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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