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정위 퇴직자 특혜 재취업, 보고라인 거쳐 위원장이 승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6일 03시 00분


檢, 공정위 내부문건 확보

검찰이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직적인 퇴직자 재취업이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을 거쳐 위원장에게까지 보고된 정황을 확보하고 수사 중인 것으로 5일 확인됐다. 검찰은 규제 기관인 공정위가 민간기업에 퇴직자 취업을 사실상 강요한 것으로 보고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관련자를 형사 처벌할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구상엽)는 지난달 20일 세종시의 공정위 운영지원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퇴직자 재취업이 ‘운영지원과장―사무처장―부위원장―위원장’ 보고 라인을 거쳐 최종 승인됐다는 내용의 내부 문건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검찰은 2010년 이전부터 관행적으로 공정위 운영지원과가 공정위의 감독을 받는 주요 기업들에 채용을 사실상 강요해 퇴직자들을 현대·기아자동차 등 대기업 20여 곳에 재취업시킨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최근 김모 공정위 운영지원과장을 포함해 전·현직 운영지원과장 3명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5일 서울 서초구 현대·기아차 본사를 포함한 현대건설, 현대백화점, 쿠팡 등 4곳을 압수수색해 재취업 퇴직자들과 관련된 자료를 확보했다. 이들 기업에는 공정위 퇴직자들이 고문, 자문역 등으로 취업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의 재취업이 기업 요청이 아닌 공정위의 강요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공정위 내부 인사 적체를 해소하고 퇴직 후 생계를 보장하기 위해 기업들에 자리를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검찰은 공정위 재취업에 관여한 기업 관계자들을 대부분 소환 조사했다. 이들은 검찰에서 “공정위로부터 불이익을 받을 게 두려워 어쩔 수 없이 취업을 승인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취업자 대부분이 고문 등의 직함을 달고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역할을 맡으며 출근도 하지 않고 법인카드 영수증만 제출한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공정위에서 재취업 과정에 개입해 민간기업의 인사권을 침해한 전·현직 간부들에겐 업무방해죄가 적용된다.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검찰은 업무방해죄의 공소시효(7년)를 감안해 2011년 이후 공정위에 재직했던 전직 위원장과 부위원장, 사무처장, 운영지원과장 등 10여 명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김동수(63) 노대래(62) 정재찬 전 위원장(62)을 포함해 신영선(57) 김학현 전 부위원장(61) 등 전직 고위 간부 여러 명이 수사 선상에 올랐다.

다만 현직인 김상조 위원장(56)은 재취업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2월 김학현 전 부위원장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돼 운영지원과의 재취업 알선에 대해 진술한 뒤 공정위가 몸을 사리면서 예전처럼 공공연하게 재취업 알선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또 검찰은 공정위 퇴직자들이 재취업 과정에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승인을 받지 않는 등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한 혐의를 조사 중이다. 대기업들이 위장계열사를 세운 뒤 주식 소유 현황 등을 공정위에 신고하지 않아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것과 관련해 퇴직자들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경우에 따라 뇌물 수사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대기업이 공정위에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퇴직자들을 채용했거나 퇴직자가 현직에 있을 때 이를 약속했다면 뇌물죄 성립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허동준 기자
#공정위 퇴직자#특혜 재취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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