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4명이 바닷물이 차오르는 캄캄한 어선 선실에 두 시간 반 동안 갇혔지만 체력유지를 위해 커피믹스를 분말로 먹으며 침착하게 버텨 생존했다. 선원들은 연장자가 선실에서 먼저 탈출하도록 돕고, 해경대원은 비번이지만 구조를 위해 출동한 인간적 배려가 이들의 생존을 가능하게 했다.
8일 오후 7시 13분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 남동쪽 12㎞해상에서 7.93t급 새우잡이 어선 J호가 조업을 했다. J호 선장 권모 씨(56)는 조타실에서 운항을 했고 이모 씨(59) 등 선원 4명은 선실에서 선잠을 자고 있었다.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선실에 바닷물이 쏟아졌다. 이 씨 등은 직감적으로 어선이 전복됐다는 것을 느끼고 탈출을 시도하려했지만 그물이 엉켜 입구를 막아 불가능했다. 이 씨 등은 밖으로 나가면 죽을 수 있다고 생각에 구조대를 기다리기로 했다. 바닷물이 차올라 추위를 느끼자 체온유지를 위해 커피믹스를 분말로 먹었다. 다행이 바닷물은 가슴까지 차오르고 멈췄다. 뒤집힌 선박의 선실 내 공기층인 에어포켓이 생긴 것이었다.
바닷물에 잠긴 어두컴컴한 선실에서 선원들끼리 의지하며 40여분을 버텼다. 그 순간 전복된 어선 선체 위에서 누군가 쾅쾅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선원들은 해경 구조대가 도착했음을 직감하고 ‘4명이 있다’는 의미로 주먹을 선체를 네 번 때렸다.
선원들을 탈출시키기 위한 구조작전이 시작됐다. 전북 군산해양경찰서 소속 구조대원 17명이 J호 선체를 싸고 있던 그물을 하나씩 자르며 선실로 다가섰다. 김효철 군산해경 구조대 순경(31)이 구조작전 선두에 섰다. 김 순경은 비번이었지만 사고소식을 접하고 현장으로 달려왔다. 이날 오후 9시 31분 선실로 처음 들어간 김 순경은 진입통로가 너무 좁아 공기통을 앞으로 밀면서 갔다.
선원들은 김 순경이 “통로가 좁아 한 명씩 구조해야 한다”고 말하자 ‘형님부터’라며 양보했다. 이 씨에 이어 김모 씨(58), 또 다른 이모 씨(46) 마지막으로 서모 씨(42)가 좁은 선실을 11분 만에 빠져나왔다. 긴박했던 선실구조 작전은 2시간 28분 만에 끝났다. 이 씨 등 선원 4명은 현재 건강한 상태다.
해경은 9일 경비함정 등 10여척을 투입해 실종된 선장 권 씨를 찾기 위한 수색작업을 벌이는 한편 J호를 전북 군산항으로 이송하고 있다. 해경은 또 J호가 118t급 예인선 줄에 걸려 전복된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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