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김어준 씨는 극단적인 남성 혐오 커뮤니티에서 주도하는 여성 운동과 정상적인 여성 운동을 분리하느냐를 결정해야 할 때가 왔다고 밝혔다.
김 씨는 10일 방송된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오프닝에서 "혜화역 시위를 주도했던 모임에서 퇴출된 전 운영진의 주장에 따르면 어린 남아를 동반한 엄마들의 시위 참여를 모임 운영진이 반대한 이유 중 하나가 영유아라 해도 남자는 한남 유충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위를 주도하는 일부 카페가 한국 남자를 벌레로 비유하며 한남충이라고 하는데 남자 유아들은 그런 한남충이 결국 될 유충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약자들의 운동은 결속을 위해 내부적으로 통용되는 속어를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의 커뮤니티 용어들은 그런 속성을 한창 넘어섰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예를 들면 그런 커뮤니티에서 만든 '12한남', (이들이 주장하는) 열두명의 대표적인 한남충들은 세종대왕, 이황, 이순신 같은 역사적인 인물부터 김구, 윤봉길, 안중근 같은 독립운동가 노무현 전 대통령, 박원순 서울시장, 문재인 대통령 같은 인물들이다"라며 "정치인들이야 정치적 입장이 달라서 그럴 수 있다 해도 안중근 의사를 두고 손가락이 잘린 X신이라는 식의 조롱 댓글이 이어지는 걸 보면 역사 의식의 부재 정도가 아니라 인간 존중의 부재가 드러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극단적인 혐오 일부 커뮤니티가 현재 시위 주도의 한 축을 이룬다면 이 문제는 여성계가 나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 씨는 "여성 운동이 여성이기만 하면 모든 방식을 포용해야 하는 건가? 그걸 결정할 때가 왔다고 본다. 기존의 논리나 문법으로 설명되지 않는 질적 변화와 임계를 지나고 있기 때문에 그런 방식과 정상적인 여성 운동을 분리하느냐 그걸 결정하는 특이점이 왔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 커뮤니티를 보면 세종대왕, 이순신, 김구, 안중근 다 한남충인데 박정희 전 대통령은 한남충이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여자라서 탄핵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게 예를 들어 지난 탄핵 촛불집회를 일베(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게 맡긴 꼴과 비슷하다"라며 "극우성이 일베를 능할 수 있는데 일베를 정상적인 운동이나 표현의 범주에 넣지 않고 예를 들어 취업의 기회도 제한해야 한다는 사회 공감대가 있는 것처럼 여성 운동이 전체 부메랑이 되는 특이점이 지나고 오게 된 것 같다"라고 했다.
한편 지난 7일 포털사이트 다음 카페 '불편한 용기'는 '제3차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를 주최했다. 이날 모인 참가자는 6만명(주최 추산)이다.
8일 '불편한 용기'에서 퇴출된 스태프들이 공개한 입장문에 따르면, 어린 남아를 둔 엄마들의 시위 참여를 놓고 논쟁이 벌어지자 일부 운영진들은 어린 남아도 잠재적 성폭력 가해자라며 엄마들의 시위 참여를 반대했다. 이에 대해 기존 운영진들은 "대외팀은 친목으로 퇴출당한 것"이라며 "우리 시위의 입장을 변질시키려 했다"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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