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스님, 21일째 단식 설조스님 방문… “단식 중단” vs “먼저 물러나면” 팽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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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년 7월 1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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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조스님/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사진=설조스님/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스님이 10일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21일째 단식 중인 설조스님을 찾았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두 스님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를 위한 진전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조계종과 조계종적폐청산시민연대에 따르면 설정스님은 이날 오전 6시 10분경 설조스님이 단식을 하며 머물고 있는 조계사 옆 우정공원의 천막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설정스님은 설조스님에게 “스님이 살아계셔야 종단 잘 되는 것을 보실 수 있다. 한두 명 바뀐다고 달라질 종단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단식을 중단하고 종단의 변화를 위해 대화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설조스님은 “설정스님이 총무원장에서 물러나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면서 책임자들이 퇴진 등 결단을 내린 뒤에 종단의 변화를 얘기하자고 맞섰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일감스님 명의의 입장문을 통해 “설조스님은 총무원장스님(설정스님)의 (단식을 중단해달라는)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물러나야 문제가 해결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셨다”면서 “설조스님의 단식이 대중들로부터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승가공동체의 내부에서 불교적 방식을 통한 문제해결을 고민하고 제시할 때 비로소 대중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종단 고유의 자율적 질서인 종헌종법 체제를 부정하며 중앙종회 해산을 주장하는 등 종헌종법 기관들을 반개혁 세력으로 낙인찍는 극단적인 주장은 아무리 그 뜻이 순수하다 할지라도 공동체의 구성원들로부터, 그리고 국민들로부터 동의받기 어려운 주장”이라며 “(이미) 우리 종단은 종정예하의 교시를 받들어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를 구성하여 종단 운영의 근본적 변화의 길을 모색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종정예하의 교시에도 불구하고 이를 가벼이 여기며 극단적인 행동과 주장을 하는 것은 승가공동체의 화합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측은 “(설정스님이) 새벽에 사람 눈길을 피해, 이미 설조스님의 뒷조사를 한다며 겁박행위를 한 바 있는 호법부장과 상임감찰을 대동하고, 파계승려 부패사슬의 최 윗선에 있는 자신의 존재를 망각하고 ‘한 두 명 바뀐다고 종단이 바뀌겠냐고 했다’는 것은 생과 사의 경계선에서 종단에 도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 달라는 노스님의 간절한 호소를 희롱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설정 총무원장은 자신 한사람만 물러난다고 종단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면서 “온갖 타락승들이 그 문제가 드러나도 자리에서 버티고, 진상조사와 혁신을 위해 설정총무원장이 만들었다는 ‘교권 자주 및 혁신위원회’는 자승총무원장 시절의 적폐를 책임져야할 도법스님을 비롯한 당시의 부실장(현재의 부실장이기도 하다)들이 똬리를 틀고 진실과 혁신의 방향을 왜곡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조스님의 비원은 진짜 비구 승려가 종단의 공적 소임을 맡아야 한다는 것 단 한가지”라고 거듭 강조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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