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열차 한번 탈래?” 10대 60명 모여 억대 보험 사기극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10일 18시 40분


코멘트
“청룡열차 한번 탈래?”

용돈이 떨어졌다는 친구에게 김모 군(20·당시18세)이 의미심장한 제안을 던졌다. ‘청룡열차’는 ‘고의사고’를 지칭하는 김 군만의 은어였다. 순간의 아찔함을 참으면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을 번다는 말에 또래 60명이 범행에 가담했다.

김 군 등은 시흥-부천을 연결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합류지점을 주 범행장소로 삼았다. 차량 한 대에 4, 5명이 타고 달리다 주 차로로 합류하는 차량을 발견하면 속도를 높이고 운전대를 돌려 충돌을 유도했다. 이후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경기 시흥시에 위치한 한 병원은 이들의 거짓 입원을 도왔다. 김 군 일당은 2016년 9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35차례에 걸쳐 차량수리비와 합의금 등으로 무려 3억6000만 원을 받아냈다.

이들은 35차례나 고의 사고를 냈지만 대부분 평범한 교통사고로 마무리 됐다. 보험회사의 사고 이력을 없애기 위해 2, 3회 범행 후 차량을 폐차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청룡열차’라는 단어가 결국 이들의 발목을 잡았다. 피해자로부터 ‘청룡열차’라는 표현을 전해들은 교통범죄수사팀은 이를 지나치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에 시흥과 부천지역 교통사고 보험료 분석을 요청했고 비로소 일당의 조직적 범행이 드러났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김 군 등 60여 명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고 부당의료행위를 한 병원장 이모 씨(64)와 간호조무사 4명을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김자현 기자 zion37@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