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북한과 미국 간의 싱가포르 정상회담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이라는 꿈을 꾸게 만든 역사적 회담이었습니다. 회담이 끝난 지 한 달가량 지나면서 기대와 실망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자칫 북-미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져드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의 소리도 들립니다. 사실 정상회담은 긴 여정의 종착지가 아니라 시발점이었습니다. 두 나라의 게임은 탐색전을 넘어 중반전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게임이론을 통해 두 나라의 전략과 힘겨루기를 들여다봅시다.
두 명의 강도 용의자 A와 B가 격리된 곳에서 각각 검사에게 조사를 받습니다. 한 명이 자백하고 다른 한 명이 묵비권을 행사하면 자백한 자는 바로 석방되고 다른 한 명은 10년 형을 받습니다. 두 명이 모두 자백하면 둘 다 5년형을 받습니다. 두 명이 모두 묵비권을 행사하면 나란히 1년형을 받습니다. 이 경우 검사의 회유를 받은 용의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A가 자백할 경우 B는 묵비권을 행사(10년형)하는 것보다 자백(5년형)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A가 묵비권을 행사할 경우 B는 묵비권 행사(1년형)보다 자백(석방)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B는 A의 선택과 관계없이 자백이 유리합니다. 마찬가지로 A도 자백이 유리한 선택입니다. 결국 검사는 두 용의자 모두에게 자백을 받아 5년형으로 기소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사실 두 용의자에게는 최적 선택이 따로 있었습니다. 서로 협력하여 묵비권을 행사했다면 모두 1년 복역으로 끝날 수 있었던 것이죠. 결국 각자의 이기적 선택이 불행으로 귀결된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최적 선택이 불가능한 원인은 협력을 할 수 없는 격리된 환경에 있습니다.
‘죄수의 딜레마’라는 게임이론 이야기입니다. 게임이론은 경쟁 상대의 반응을 고려하여 자신의 최적 행위를 선택하는 의사결정 이론입니다. 1944년 수학자인 폰 노이만과 경제학자 오스카어 모르겐슈테른이 함께 쓴 ‘게임이론과 경제행동’에 의해 처음 등장한 게임이론은 이후 1994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존 내시의 ‘내시 균형’에 의해 발전됐으며 오늘날에는 국제 정치학, 사회학 등 폭넓은 분야에서 적용되고 있습니다.
7일 북한 평양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이끄는 협상팀과 북한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이 이끄는 협상팀이 고위급 회담을 했습니다.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 조치가 있기 전까지는 제재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인 반면 북한은 체제 보장을 위한 선결 조치 없이 비핵화는 곤란하다는 입장을 드러내며 파열음을 냈습니다. 이 회담을 계기로 그간 물밑에서 이루어졌던 힘겨루기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양새입니다.
게임이론을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②번 상황을 가장 우려하고 있는 데 비해 북한은 ③번 상황을 제일 두려워하고 있을 겁니다. 미국과 북한 두 나라가 모두 피하고 싶은 것은 ④번 상황이겠지요. 결국 ②, ③번 상황과 같이 상대방의 배반만 아니라면 ①번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깁니다. 즉 ‘죄수의 딜레마’와는 다른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는 길은 단절과 숨김이 아니라 상호 신뢰와 의사소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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