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비서를 위력으로 성폭행한 혐의 등을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53)가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했던 안 전 지사 대선 경선캠프 자원봉사자 출신 구모 씨를 모해위증 혐의로 서울서부지검에 고소한 가운데, 김지은 씨를 돕는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이하 위원회)가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에 대한 본보기 응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위원회는 11일 밤 입장문을 내고 “안희정 성폭력 사건 증인에 대한 보복성 역고소를 규탄한다”며 “위원회는 (안 지사 측의 고소를)피해자 조력자 및 법정 증인에 대한 역고소이자, 미투 성폭력 고발에 대한 일련의 역고소로 보고 이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증인은 해당 내용을 법정에서 증인선서를 하고 진실되게 말했다”며 “피고 측 변호인단은 안희정에게 사실 확인을 하고 고소했다고 하지만, 해당 사실을 피고인이 상세히 소명하거나 인정할 리는 만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모해위증은 모해 목적이 있어야 성립되는 목적 범죄인데, 위 혐의로 고소했다는 것은 결국 피고인 측에서 증인에게 그런 목적이 있다고 단정한 것”이라며 “이는 신성한 법정에서의 증인선서를 무시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더불어 공판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서부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하며 언론에 이목을 집중시킨 이런 액션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에 대한 본보기 응징으로 밖에 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위원회는 “역고소는 성폭력으로 고발된 가해자가 자신의 혐의와 범죄사실을 부인하기 위해 전형적으로 가하는 역공격”이라며 “결국 피해자를 입막음하는 행위이며, 성폭력을 드러내고 해결하는데 나서는 모두를 가로막는 악랄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위원회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알렸을 때 발생하는 2차 피해는 특히 피해자들에게 입막음과 보복이 될 수 있어 사회적 피해가 심각하다”며 “특히 미투운동이 드러냈던 권력을 이용한 성폭력, 피감독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장벽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제대로 인지되고 처벌되어야 한다”며 “재판부의 제대로 된 판결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9일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안 전 지사 성폭행·추행 혐의 3차 공판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구 씨는 “한 기자가 (피해자와의 성관계 과정에서)안희정의 위력을 증명하는 취재를 시작하자 안희정이 직접 해당 언론사의 유력 인사(고위 간부)에게 전화해 취재를 중단하라고 한 사실을 듣고 실망했다”고 진술했다.
또 구 씨는 “안 전 지사가 해당 보도가 나갈 것을 미리 알고 언론사 유력 인사에게 전화해 기사를 막아주면 (안 전 지사의 아내)민주원 씨 인터뷰를 잡아주겠다는 제안을 했다”고 말했다.
이에 안 전 지사의 변호인단은 “명백한 위증”이라면서 11일 오후 서울서부지검에 이같은 증언을 한 구 씨에 대해 모해위증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안 전 지사의 법률대리인 이장주 변호사는 이날 “안 전 지사에게 확인한 바에 따르면 모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한 사실이 없기 때문에 구 씨의 명백한 위증이라고 판단, 고소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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