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국어교사가 고대문학 수업 중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혐의로 징계를 받은 가운데, 이 교사의 제자들이 '누명을 풀어달라'며 호소하고 있다.
최근 인천의 한 여고 이모 교사는 고대 가요 '구지가(龜旨歌)'에 나오는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어라' 구절에서 거북이 머리가 남성의 성기인 '남근(男根)'으로도 해석된다고 말해 학부모로부터 민원을 받았다.
학교 측은 자체 성희롱고충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교사의 발언을 성희롱으로 결론냈다. 이어 이 교사에 대한 징계 요구와 함께 2학기 수업 배제를 결정하고 시교육청에 이를 보고했다.
하지만 이 교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학교 측으로 받은 조치가 부당하다며 민원을 제기했다. 이 교사는 "구지가나 춘향전 등 고전문학의 의미를 풀이하는 과정에서 특정 단어가 남근이나 자궁을 뜻한다고 설명했는데 이를 한 학부모가 성희롱이라며 민원을 제기했다"라며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배제한 채 성희롱을 했다고 주장한 것"이라며 "학교는 사안을 조사하는 성고충심의위원회에 조사 보고서를 내기 전 양측 의견을 충분히 들어야 하지만 그런 과정도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가운데, 이 교사는 페이스북에 자신의 제자들에게 받은 격려 글을 올리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이 교사는 15일 '졸업생 제자들이 보내준 편지'라며 "졸업생들이 저를 위해 위로의 글을 쓰고 저를 지키는 모임도 갖는다고 한다. 저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는 교사의 삶을 살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다. 제가 가르친 제자들이 이를 증명한다. 절대 물러서지 않고 꿋꿋이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사의 제자 A 씨는 "졸업한 지 2년이 되었고 지금 이 소식을 듣고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났다. 개인적으로나 진짜 희롱을 한 것도 아니고 수업 중 나온 단어. 내용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말할 수밖에 없는 내용이었는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뜬금 없이 성 얘기를 꺼내신 것도 아니고 수업내용의 일부분인데 학생들이 몰아가는 거로 밖에 안 보인다. 다른 반도 똑같이 수업하실 텐데 그냥 수업이고 문학작품 그대로 그냥 넘어가면 될 것인 데 이렇게 되셨다는게 보는 제자로서 억울하다"라며 "고등학교 생활 중 가장 제 미래에 대해 지지해주시고 맡은 수업과 반 아이들에 대한 책임감, 이뿐 말고(이뿐만 아니라) 교사로서 지내온 삶. 이제 와서 본인 명예를 깎는 일을 하실까? 2년이 더 지난 지금 나서서 이렇게 말을 전하는 것도 고등학교 생활 중 그럴 분이 아니란 걸 잘 아니 이렇게 짧게나마 말을 전한다. 징계뿐 아니라 누명을 풀어달라"고 했다.
다른 제자 B 씨는 "문학 시간에 일어난 문제인데 문학은 제가 생각해도 사람마다 해석하는 것이 다를 수밖에 없는 과목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없는 말들도 아닌 이미 나와 있는 말들로 그런 부분들을 자세히 설명해주신 것 같은데 문학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라면 더 관심을 가지고 지식을 얻어 갈 수 있는 부분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했다.
또 다른 제자 C 씨는 "2년 동안 문학 수업을 들으며 한 번도 성희롱이라는 느낌을 받아본 적도 없고 그러실 분도 아니다. 오히려 학생들 편에 서주셨으면 서주셨지 학생들을 무시하고 성적으로 보실 분이 아니라는 거 같은 반이었던 친구들은 다 알 것"이라고 말했다.
16일 이 교사는 다른 제자의 글을 추가로 올렸다. 제자 D 씨는 "선생님은 저희에게 불쾌한 농담조차 하신 적이 없는 분이시고, 자제분도 있으시고 여고인 만큼 저희와 1년 동안 생활하시면서 오해할만한 행동이나 언행 자체를 하지 않으셨던 분이다"라고 했다.
이어 "이번 교과수업을 젊고 유머러스한 여자 선생님이, 평소 인기 많고 다정하신 남자 선생님이 하셨어도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선생님은 절대 그런 의도가 없으셨고, 2014년부터 진행해오던 수업이 갑자기 이렇게 논란이 된다는 것도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시교육청은 학교가 이 교사에게 교체 조치를 내린 절차가 적법하게 이뤄졌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건은 학교가 성희롱 발언이라고 판단 내리고 교육청에 보고한 사안이며 아직 해당 조치에 대한 감사 요청이 들어온 적은 없다"며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교육청에서 사실관계를 추가로 확인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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