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차량사고]전문가 “‘슬리핑 차일드 체크’ 도입 시 근원적 예방 가능”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19일 09시 56분


사진=채널A 캡처
사진=채널A 캡처
경기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4세 여자아이가 통학차량에 갇혀 숨지는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전문가는 2년 전 광주광역시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고 등을 언급하며 “‘세림이법’이라고 해서 어린이통학버스보호조항을 대폭 강화시켰는데 정작 법을 지켜야 할 운전자·인솔자의 행동과 의식은 전혀 안 바뀌어서 이런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허억 교수는 19일 YTN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과 인터뷰에서 “사고를 통해서 교훈을 얻지 못하는 국민들은 매우 불행하다는 말이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세림이법’은 어린이 통학차량의 성인 동승 보호자 탑승을 의무화한 것으로, 2013년 충북 청주시에서 발생한 김세림 양(당시 3세) 사고 후 만들어진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어린이용 안전띠 착용 의무화, 인솔교사 동승 의무화를 비롯해 인솔교사나 운전자는 아이가 하차한 후 반드시 차안에 아이가 남아있는지 확인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시 범칙금 12만 원에 벌점 30점이 부과된다.

하지만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많다. 허 교수는 어린이가 등원하지 않았을 때 해당 어린이집 교사 등 관계자들이 부모에게 전화해 확인하지 않아도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아이가 목숨을 잃은 경우 일반적으로 과실치사로 사실 경미하게 처벌받는다. 이러다 보니 계속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9인승 차량이면 정말 고개만 뒤로 돌려서 한 번만 확인했더라면 아이를 발견할 수 있을 텐데 너무나 안타깝다. 운전자뿐만 아니라 인솔교사도 있었다. 아이가 잠들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전혀 못한, 너무나 부주의함 때문에 소중한 아이의 목숨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적인 시스템 마련과 법적 제재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어린이통학버스 사고 날 때마다 주장하는 게, 우리도 미국에서 하고 있는 ‘슬리핑 차일드 체크(Sleeping Child Check)’를 도입하자는 거다. 직역하면 ‘잠들어 있는 아이를 점검하라’는 것”이라며 “이런 제도적인 장치만 마련된다면 이런 사고는 근원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시행하는 이 제도는 통학 차량 맨 뒷자리에 버튼을 설치해 운전자가 시동을 끄기 전 반드시 버튼을 누르도록 하는 것이다. 차량 기사가 버튼을 누르러 가면서 아이들의 하차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는 “현재 우리 규정에는 운전자가 일지를 쓰게 돼 있다. 끝까지 다 확인했음에 동그라미를 치도록 하는데 일지 확인하는 걸 제대로 하겠는가”라며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 이 같은 사고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부모, 차량 운전자, 인솔자, 어린이집 운영자 등이 아이의 안전에 대해 자율적으로 크로스체킹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지금 어린이통학버스는 경찰에 신고하도록 법에 의무화돼 있다. 즉 운전자, 인솔교사, 시설장들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그러면 이런 사고사례를 즉시 공유하는, 크로스체킹 하는 이런 교육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어른들의 잘못으로 아이들이 계속 목숨을 잃기 때문에 강력한 법적 제재가 필요하다. 특히 사고 내놓고 단순 과실치사로 나중에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이런 느슨한 법이 결국 운전자나 인솔교사들의 행동과 의식을 느슨하게 만들어서 계속해서 (사고가)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방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부모다. 이런 식으로 한 순간에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 ‘설마 사고 나겠어’라는 안일한 의식을 버려야 한다”며 “어린이통학버스 사고유형과 예방법을 숙지해 가정에서 교육을 시켜주고, 운전자나 인솔교사가 부주의하면 내 자녀가 목숨을 잃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운전자, 인솔교사, 시설장에 더 안전교육을 강화하도록 요청하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1
  • 슬퍼요
    0
  • 화나요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