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 과정에서 청구된 압수수색 영장이 잇따라 기각되자 검찰이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법원과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별수사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 전 법원행정처장,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김모 판사 등의 자택과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24일 재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은 25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이 지시 또는 보고 등을 통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공모했다는 점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검찰이 청구한 전·현직 법관 수십 명의 이메일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청구한 보전조치 영장도 기각됐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 기각 사실을 공개하면서 반발했다. 검찰은 “이번 영장을 재청구하면서 범죄 혐의가 다수 추가되었고, 소명자료도 임 전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나온 수사 대응 자료, 양 전 대법원장, 박 전 처장 보고자료 등 파일 수천 건이 보강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당초 김명수 대법원장이 6월 대국민 담화에서 밝혔던 약속과는 달리 법원이 수사에 협조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24일 법원행정처로부터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인사자료, 재판자료, 정모 판사 등 일선 판사 자료, 이메일, 메신저 등을 제출할 수 없다는 최종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현재 법원행정처는 업무 PC에 저장된 증거자료를 검찰이 요청하면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검토를 거쳐 임의제출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10월 디가우징(모든 데이터를 완전 삭제하는 기술)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처장의 PC 하드디스크에 대해 “완전히 훼손돼 복구가 불가능하다”고 결론 냈다. 이들의 하드디스크는 이번 수사에서 핵심 단서였다.
검찰이 법원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지 약 4시간이 지나자 법원행정처가 재반박하는 입장문을 배포했다. 법원행정처는 “법원행정처장 등이 검찰에 ‘추가 임의제출 협조 등이 불가하다’는 등의 ‘최종 통보’를 한 바 없다”며 “검찰이 수시로 요청하고 있는 추가 수사자료 협조 요청 등도 적극 검토 중이거나 해당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검찰은 “행정처의 입장 발표 후 다시 행정처에 ‘사법정책실, 사법지원실 등에 대한 추가 자료를 줄 것이냐’고 물으니 행정처가 또 ‘못 준다’고 했다”며 “‘제출 여부를 다시 검토할 계획도 없다’는 입장이라 달라진 게 없다”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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