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운용위, 30일 재논의 결정
勞 “경영참여 명시”… 재계측 “불가”, 다른 쟁점 논의도 못하고 시간 넘겨
박능후 장관, 회의중 1시간 자리 비워…참석위원 16명중 5명도 회의장 떠나
“당장 경영 참여를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 향후 추진 일정이라도 명시해야 한다.”(근로자대표 측 위원)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미리 공시하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사용자대표 측 위원)
26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호텔 6층.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한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20명 가운데 16명이 모였다. 이들은 당초 이날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안을 의결할 예정이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국민연금공단, 자산운용사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스튜어드)처럼 고객을 대신해 투자 기업의 의사 결정에 적극 참여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보고하는 행동 지침이다.
기금운용위원장인 박 장관은 모두발언에서 “정부안에는 현행법상 국민연금이 할 수 있는 적극적인 주주행동이 모두 포함했다”며 위원들의 동의를 구했다.
하지만 임원 추천, 위임장 대결 등 직접적인 ‘경영참여’ 행위가 빠진 정부안은 ‘반쪽짜리’라고 반발해온 노동계와 시민사회계의 반발은 여전히 거셌다. 한국노총 민노총과 참여연대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위원들은 “법 개정 전까지 실행하기 어렵더라도 일단 도입 때부터 ‘경영참여’를 선언하지 않으면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도입안에는 ‘제반 여건 마련 후 검토’라고 돼 있지만, 최소한 경영참여 추진 일정 등을 로드맵에 포함시키라는 것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재계 측 위원들은 결코 경영참여 요소를 포함시킬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더 나아가 국민연금의 의결권행사 사전공시를 문제 삼았다. 한 재계 측 위원은 “국민연금의 막대한 영향력을 감안할 때 다른 기관투자가들이 연금의 결정을 따라갈 수밖에 없어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측 위원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사전에 공시를 하더라도 그 이유에 대해 보도자료까지 내며 상세히 알리는 것은 과도한 영향력 행사”라고 지적했다.
박 장관이 회의 도중 1시간가량 자리를 비우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날 회의는 당초 오전 9시에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위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추가 발언이 계속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넘겼다. 회의를 끝내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기로 돼 있던 박 장관은 “잠시 국회에 다녀올 테니 오늘 합의할 수 있도록 위원들끼리 더 논의를 해달라”며 오전 9시에 자리를 떴다. 박 장관이 떠나자 이날 회의에 참석했던 위원 16명 가운데 5명도 개인 일정 등을 이유로 회의장을 떠났다. 박 장관은 약 50분 뒤 회의장에 돌아왔지만, 결국 의결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오전 10시쯤 회의를 끝냈다.
한 기금운용위원은 “처음에 5가지 쟁점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는데, 경영참여 논쟁이 거듭되는 바람에 나머지 쟁점은 거의 얘기해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기금운용위는 30일 6차 회의를 열어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다시 의결하기로 했다.
김철중 tnf@donga.com·김윤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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