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그잔, 머뭇… 일회용컵 안쓴다던 매장들 44%만 “머그잔에 드릴까요”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3시 00분


8월 단속 앞두고 카페 등 살펴보니


“매장용 컵을 본사로부터 받지 못했어요.”

12일 서울 종로의 A커피전문점에서 커피를 주문했다. 기자가 매장에서 먹겠다고 했지만 직원은 다회용 컵(머그잔)을 사용할 것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머그잔을 달라고 하자 직원은 “원래는 줘야 하지만 매장에 없다”고 답했다. 카운터 앞에는 ‘자원재활용법에 따라 매장 내 일회용 컵(플라스틱 컵)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란 문구가 적힌 홍보물이 붙어 있었다. 하지만 매장을 둘러보니 앉아 있는 20여 명의 손님 모두가 일회용 플라스틱 컵으로 음료를 마셨다.

근처 B커피전문점 매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손님 4명 중 3명이 일회용 컵을 사용했다. 직원은 “드시고 가시면 머그잔에 드릴까요”라고 묻긴 했지만 머그잔을 거부하자 일회용 컵으로 음료를 내줬다. A, B커피전문점 모두 정부와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기로 자발적 협약을 맺은 곳이다.

환경부는 5월 24일 16개 커피전문점, 5개 패스트푸드점과 일회용 컵 사용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주요 내용은 △다회용 컵 사용 권유 △텀블러 사용 시 혜택 제공 △협약 홍보물 부착 등이다.

자발적 협약을 맺은 지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서울 종로1가에서 협약을 맺은 8곳의 커피전문점 매장을 둘러본 결과 여전히 이행은 미흡했다. 다수 매장은 다회용 컵을 우선 권하긴 했지만 손님이 거부하면 곧바로 일회용 컵을 주고 매장 내 사용도 허용했다. 협약에 따르면 주문 시 다회용 컵을 ‘우선 제공’해야 하고 매장 내에서는 일회용 컵을 사용하면 안 된다.

일부 커피전문점은 다회용 컵이 있음에도 일회용 컵을 먼저 내줬다. C커피전문점 직원은 “혼자 일하는데 다회용 컵을 씻다 보면 다른 손님을 받을 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판매 품목에 따라 다회용 컵과 일회용 컵을 함께 쓰는 매장도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주로 판매하는 D커피전문점은 음료를 시키면 다회용 컵을, 아이스크림을 시키면 다회용 컵 권유 없이 일회용 컵과 스푼을 제공했다. 직원은 “아이스크림용 다회용 컵과 스푼은 없다”고 말했다. 이 전문점의 음료와 아이스크림 판매량 비율은 2 대 8로 아이스크림 판매량이 월등히 많다.

환경부는 자발적 협약을 맺은 커피전문점 패스트푸드점 매장을 점검한 결과 다회용 컵 사용이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26일 밝혔다. 자원순환연대와 함께 6월 25일∼7월 6일 서울, 인천의 매장 226곳을 조사한 결과 주문 시 직원이 다회용 컵을 권유하는 경우는 평균적으로 전체 주문의 44.3%에 불과해 절반도 안 됐다. 일회용품 홍보물을 부착한 곳도 75.7%로 미흡했다. 다만 텀블러 사용 혜택 제공은 99%로 잘 이행되고 있었다.

업체별로 자발적 협약 이행 차이는 컸다. 탐앤탐스(78.9%), 엔제리너스커피(75%), 롯데리아(72.3%), 스타벅스(70.3%) 등은 다회용 컵 권유를 비교적 잘 지켰지만 KFC, 파파이스, 빽다방, 이디야커피 등은 다회용 컵 권유가 미흡했다.

환경부는 8월부터 협약 내용을 위반한 업소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단속에 들어간다. 이병화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다회용 컵도 단순히 사용을 권유하는 게 아니라 원래 협약처럼 ‘우선 제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 업체에 플라스틱 빨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 마련도 촉구할 예정이다. 엔제리너스커피는 8월부터 빨대가 필요 없는 컵 뚜껑을 출시하고 스타벅스는 이르면 올해 안에 모든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한성희 인턴기자 한양대 경영학부 4학년
#일회용 컵#다회용 컵#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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