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기온 기록 경신’ 소식이 낯설지 않은 하루하루가 거듭되면서 세계 각 지역 사람들의 생활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25일(현지 시간) “건조한 공기 탓에 산불이 빈발해 소방관들이 잦은 출동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잉글랜드 남동부의 낮 최고기온이 27일쯤 섭씨 38.5도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툭하면 불… 야외 바비큐 주의보
톰 조지 런던 소방청장은 “옥외화재로 인한 소방관 출동 횟수가 이미 2017년 총출동 횟수의 6배를 넘겼다”며 “야외에서 흡연, 바비큐 요리를 할 때 각별히 주의해 달라”고 당부했다. 일상 활동 중 잠깐의 실수가 막대한 피해를 부르기 쉬운 날씨라는 설명이다.
뙤약볕에 노출돼 섭씨 48도 정도로 뜨겁게 달궈진 지상 철로를 달리는 영국의 기차들은 열에 의해 팽창한 철로가 휘면서 탈선할 위험이 높아지자 속도를 줄여 운행하고 있다. 자동차 도로 사정도 다르지 않다. BBC는 “지난주 웨일스 일부 도로의 아스팔트 포장이 녹아 복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외 스포츠 활동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에식스주 크리켓 팀과 인도 대표팀은 최근 예정됐던 연습경기를 하루 전에 취소했다. 펄펄 끓는 폭염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폭염 대피소 오세요” 무료셔틀 운영
미국에서는 ‘폭염 대피소’를 설치하는 도시가 늘고 있다. 텍사스주 휴스턴시는 최근 에어컨 없는 집에 거주하는 시민을 위한 대피소 5곳을 개방했다. 시 당국은 “55세 이상 성인과 5세 이하 어린이는 낮 동안에 가급적 야외 활동을 피하고 대피소에 머물러 달라”고 권고했다. 폭염으로 인한 열사병 피해가 심각한 캘리포니아주의 프레즈노시는 냉방 설비를 갖춘 대피소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무료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폭염이 도시 공간 전체의 ‘색깔’까지 변화시키고 있는 지역도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인도 아마다바드시와 하이데라바드시에서는 실내 온도를 낮추기 위해 건물 주석(朱錫) 지붕을 흰색 반사질 방수재로 칠해 덮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하이데라바드시 당국은 “이 작업으로 실내 온도가 2도가량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며 “지붕뿐 아니라 건물 외벽도 같은 방식으로 칠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는 빈 병 품귀 현상으로 양조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다. 병맥주 수요는 한없이 늘어난 반면 맥주를 담을 빈 병이 부족해 공장 생산 라인을 어쩔 수 없이 자주 멈추고 있다는 것. 보훔시 양조업체 모리츠 피게 브루어리는 회사 페이스북에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병이 부족합니다! 휴가를 떠나기 전에 빈 모리츠 병을 반납해 주세요!”라는 호소문을 올리기도 했다.
도쿄올림픽 낮경기 일정 변경 검토
2020년 7, 8월에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 도쿄시 당국도 고민에 빠졌다. 미국 CNN방송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마라톤 경기 코스 주변에 나무를 빽빽이 심어 그늘을 만들고 트랙에 물을 살포하는 설비를 마련할 계획을 내놓았다”고 보도했다. 낮 시간대 야외 경기를 피하는 방안, 아예 올림픽 개최 일자를 가을철로 미루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문제는 이렇게 지독한 폭염이 올해만의 이상기후 현상으로 그치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라는 사실이다. 기상학자들은 올여름의 무더위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항구적 양상으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영국 런던정경대 그랜트햄연구소의 밥 워드 정책담당관은 25일 일간 인디펜던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여름 영국에서만 폭염 피해로 인한 사망자 수가 1000명을 넘길 것으로 에상된다”며 “농업과 자연생태계도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투표할때 폭염 대응능력 따질것”
폭염이 삶에 입히는 직접적 피해가 커지면서 앞으로는 ‘기후’가 정치적 선택의 중요 판단 기준으로 작용하리라는 전망도 나온다. 프리더리크 오토 옥스퍼드대 기상학 연구위원은 “온실가스 등 지구온난화 원인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 폭염의 무한 반복을 피하기 위해 누구에게 투표해야 할지, 모두가 더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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