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가마솥 더위’ 경북 영천 비명…“사과는 탄저병, 닭은 다 죽어나가”

  • 동아닷컴
  • 입력 2018년 7월 27일 09시 50분


영천 신녕면 더위 체험해보니 -2시간 만에 반숙으로 익어버린 계란. 영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영천 신녕면 더위 체험해보니 -2시간 만에 반숙으로 익어버린 계란. 영천=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연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낮 최고 기온이 섭씨 40도가 넘은 경상북도 영천시에선 폭염 때문에 특산물인 사과가 탄저균에 감염되고 닭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도동환 경북 영천시 신녕면 이장협의회장은 27일 YTN 라디오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에서 폭염 피해 상황을 전했다.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온도가 30도 이상이면 사과가 성장을 멈춘다. 과일이 안 굵어진다”라며 “병충해가 많고 지금 현재 보면 햇빛 때문에 일소 피해가 많고, 지금 탄저균이 많이 오고 사과에겐 굉장히 최악이다. 햇볕이 너무 뜨거워서. 사과가 지금 엄청 많이 부패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최근 경북 영천에선 낮 최고 기온이 40도를 기록했다. 24일 낮 최고 기온은 40.2도, 26일 낮 최고 기온은 40.4도로 최고 기온을 계속 경신하고 있다. 이 경우, 사과는 일소 현상에 노출된다. 일소 현상이란, 한낮 온도가 31도 이상 계속되면, 과실 표면에 반점이 생기면서 붉게 타들어 가는 현상. 이때 생긴 반점은 탄저균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도 이장협의회장은 “사과뿐만 아니라 뭐든지 이렇다. 금년도 같은 경우에는 전국이 다 그렇겠지만, 우리 신녕 지역은 밭작물은 아마도 올해는 아무래도 없다고 봐야 하지 않겠나. 밭에 모든 지금 작물이 다 말라가고 있다”라고 토로했다.

“가축 피해 농가들도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있다. 우리 마을도 돼지도 좀 기르고 닭은 소수(로 기르는데) 저도 닭을 그냥 계란 목적으로 조금 사육하고 있다. 그런데 닭이 다 죽어버렸다”라며 “폐사된 건 전부 땅에 파묻었는데. 지금 더워서 닭이 제일 피해가 많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가축을 사육할 때 밀도가 높아서 가축이 더위에 약하다고 하던데?”라는 질의에는 “밀도가 안 높아도 닭이 온도가 35도 이상이면 견디기 힘들다. 지금 같은 경우에는 닭이 얼마 안 많아도 이 온도와 더위를 못 견딘다”라고 답했다.

최기문 영천시장에 따르면, 영천의 피해규모는 실제로 심각하다. 최 시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영천시의 축산업 피해 상황은 폭염이 시작된 7월 초부터 현재까지 돼지가 30가구에 760여 돈, 닭이 5가구에 9900수이다. 뿐만 아니라 젖소 산유량이 감소하고 산란율이 저하하고 사료 섭취율 감소에 따른 2차적인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서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과일이 주 산업이다 보니까 포도, 복숭아, 사과 등 과수농가에서도 입이 타고 과액이 물러지는 일소 피해를 입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책에 대해선 “이미 우리 영천시는 폭염에 의한 가축의 경제적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 지난 6월부터 특별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서 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라며 “축산농가에 제빙기라든지 대형 선풍기, 면역 강화용 사료를 공급해서 폭염 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피해농가가 모두 가축재해 보험에 가입돼 있어서 농민에게 직접적인 손실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김은향 동아닷컴 기자 eunhy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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