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김지은 씨(전 정무비서)가 "피고인(안희정)의 행위는 지사와 수행비서의 힘의 차이에서 오는 강압, 압박, 권력을 갖고 일방적으로 한 성폭행"이라고 말했다.
김 씨는 27일 오전 10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의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말했다. 김 씨가 직접적으로 나선 건 지난 3월 5일 JTBC '뉴스룸' 출연 이후 처음이다.
김 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피고인과 피고인을 위해 법정에 나온 사람들의 의도적인 거짓 진술로 인해 더없이 괴로웠고 그들의 허위 주장은 여과 없이 편향돼 언론에 실렸다"며 "함께해주던 사람들은 두려움에 떨었고 저는 힘에 겨워 쓰러지기도 했다"라며 그동안의 고통을 토로했다.
이어 "모든 것을 고발 이전으로 되돌리고 싶었다"며 "피해 사실을 호소하지 않았다면 제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모두 사라지지 않을까, 후회와 자책이 들어 스스로를 원망하는 마음으로 한강에 가서 뛰어내리려고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씨는 "마치 제가 (안 전 지사를) 더 좋아해서 유혹했다고 하고 '마누라 비서'라는 단어까지 붙여가며 증인들은 의도적으로 거짓 증언했다"며 "저는 단 한 번도 안 전 지사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품어본 적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지사님은 그저 지사님이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김 씨는 안 전 지사에 대해 "어쩌면 정신적 문제가 있고 치료받지 못한 비정상적인 성적 욕구를 숨기지 못한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라며 "피고인은 차기 대통령으로 추앙받는 위세와 권력을 이용해 성을 착취했다"라고 했다. 이어 안 전 지사가 자신에게 한 말들을 공개했다. 김 씨는 "나는 어떤 여자와도 잘 수 있다" "모든 여자들은 나를 좋아한다" "나는 섹스가 좋다" "내가 그렇게 잘 생겼니?" 등의 말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김 씨는 "내가 피고인 눈빛에 대해 후배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 이후 후배가 내게 '언니가 말했던 지사님 눈빛이 뭔지 알 것 같다. 지사님이 저를 자꾸 불러요. 저를 찾아요'라고 말했다"며 "그때 심장이 덜컹 내려 앉았고 내가 아닌 다른 피해자가 생길지 않게 막는 일이 내 마지막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했다.
이어 김 씨는 피고인석에 앉아있던 안 전 지사를 향해 "당신은 내게 단 한 번도 남자인 적 없고 처음부터 끝까지 상사였고 수직관계였다"며 "이제라도 나와 다른 피해자들에게 잘못을 사죄하고 마땅한 벌을 꼭 받으라"고 말했다. 김 씨는 안 전 지사가 마지막 범행일인 2월 25일 '미투하지 말라'고 압박하며 성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김 씨의 공개 진술이 진행되는 동안 안 전 지사는 피고인석 의자를 돌린 채 앉아있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 30분부터는 검찰의 의견 진술·구형, 피고인 변호인 변론, 피고인 최후진술 등이 진행된다. 선고 공판은 다음 달에 진행될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