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인 설정스님의 퇴진을 요구하는 설조스님의 단식 38일째인 27일 설정스님이 “조속한 시일 내에 종단의 안정과 화합을 위한 길을 모색해 진퇴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퇴진 가능성을 언급했다.
설정스님은 이날 오후 3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단 주요 구성원분들께서 현재의 상황을 지혜롭게 극복하기 위한 뜻을 모아주신다면 그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서 설정스님은 “종헌종법 질서를 부정하고, 갈등과 분규라는 과거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우리 종단은 종도와 국민들의 신뢰를 잃어 회복불능의 상태가 될 것”이라며 “종헌종법 질서를 근간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숨겨진 딸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해선, “이 자리를 빌려 저와 관련된 일로 종도들과 국민들에게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드린데 대해 진심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종도들로부터, 국민들로부터 신뢰가 갈수록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상황을 목도했다.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모습에 한 사람의 수행자로 큰 부담과 번민의 시간을 보내야 했다”고 밝혔다.
학력위조·은처자 의혹 등에 휩싸인 설정스님은 조계종 적폐청산 시민연대 측으로부터 총무원장직 사퇴 압박을 받아왔다. 설정스님은 10일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며 단식 중인 설조스님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지만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했을 뿐 합의를 위한 진전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이후 24일 설정스님의 은처자 의혹이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진실공방은 더욱 가열됐다.
사태가 점점 더 커지자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7일 설정스님을 예방해 “설조스님의 단식이 길어지고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도 장관은 이어 설조스님도 찾아 단식 중단을 요청했다. 그러나 설조스님은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단식을 중단할 수 있다”고 기존 입장을 재확인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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