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다리 밑 피서 전국적으로 폭염이 이어진 2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강공원은 더위를 피해 한강을 찾은 시민들로 붐볐다. 마포대교 밑은 시민들이 친 텐트로 ‘캠핑장’으로 변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올해 폭염이 역사적인 무더위를 보였던 1994년 ‘대폭염’의 기록에 바짝 다가서고 있다. 7월 폭염일수는 이미 역대 2위 기록을 갈아 치웠고 열대야일수도 30일 2위로 올라설 것으로 보인다. 폭염은 최고기온 33도 이상, 열대야는 밤사이 최저기온이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걸 말한다.
본격적인 무더위가 펼쳐지는 8월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아 8월 이후 수치가 더해지면 올여름 더위가 24년 전의 독보적인 기록을 뛰어넘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역대 가장 많은 27명을 기록했다.
○ 7월 폭염·열대야일수 역대 2위
올해 7월 전국 평균 폭염일수는 28일까지 13.0일을 나타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현대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1994년(18.3일)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수치다. 아직 7월이 다 가지 않았음에도 3위인 1978년(10.5일)을 크게 앞섰다. 지난 35년간 전체 폭염일수 평균(10.5일)도 뛰어넘었다.
7월 열대야일수도 역대 2위로 올라선다. 기상청은 28일 밤까지 7월 전국 평균 열대야일수가 6.5일을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29일 밤까지 포함한 수치가 30일 나오면 역대 2위를 기록했던 2013년(6.6일)을 제칠 것으로 보인다. 7월 열대야 1위인 1994년 8.9일에는 못 미치지만 이미 1990년과 2001년 전체 열대야일수(6.5일)와 같은 기록이다.
○ ‘샌드위치 고기압’에 뜨거운 동풍까지 몰려와
문제는 이번 주부터 우리나라를 덮은 고기압과 뜨거운 동풍(동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영향이 더욱 강해진다는 점이다. 기상청은 현재 우리나라 상공의 북태평양고기압을 이불처럼 덮고 있는 티베트발(發) 뜨거운 고기압이 30일부터 세력을 더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29일 밝혔다.
현재 한반도 상공에는 북태평양고기압과 티베트 대륙성 고기압이 마치 ‘샌드위치’처럼 쌓여 강한 ‘슈퍼 고기압’대가 형성돼 있다. 대륙에서 온 뜨거운 티베트 고기압이 세력을 확장한다면 아래에 있는 북태평양고기압에 열기를 전달해 슈퍼 고기압의 힘이 더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 고기압대의 영향으로 맑은 날씨가 계속돼 기온이 계속 오르고, 오른 기온이 고기압에 계속 힘을 보태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여기에 12호 태풍 ‘종다리’가 폭염에 한몫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일본에 상륙한 종다리는 내륙을 관통하면서 태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약화됐다. 하지만 종다리가 몰고 온 열기와 습기가 동풍을 타고 한반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나라 상공에 머물고 있는 고기압 탓에 남쪽에는 동풍이 불고 있다. 고기압이 시계 방향으로 돌기 때문이다. 한반도 남동쪽에서 태풍이 소멸하면서 태풍이 놓아 버린 다량의 열과 습기는 이 동풍을 타고 우리나라로 흘러들게 된다. 영동과 영남지방에는 비를 내리겠지만 태백산맥을 넘으면 푄현상 때문에 공기가 고온 건조해진다. 산맥 너머 영서지방에는 ‘고온폭탄’이 내리는 셈이다. 30, 31일 서울의 낮 기온이 최고 37도까지 오르는 등 영서지방 곳곳이 올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 온열질환 사망자 수 27명으로 역대 최고
올해 온열질환 사망자 수는 이미 역대 기록을 경신했다. 질병관리본부는 이달 28일까지 온열질환으로 사망한 환자가 27명으로 2011년 감시체계 시작 이래 최다를 기록했다고 29일 밝혔다. 아직 7월 말인데도 다른 해 전체 기록을 뛰어넘은 것으로, 이전 최다 기록은 2016년 17명이다. 온열질환자 수도 2042명을 기록해 지난해 전체 감시 기간(2017년 5월 29일∼9월 8일) 기록인 1574명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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