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편의점 판매 가능 의약품에 제산제(위산을 중화하는 약)인 겔포스와 지사제(설사를 멎게 하는 약)인 스멕타를 새로 추가할 방침으로 알려지면서 약사와 정부 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29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3300명(주최 측 추산)이 모인 가운데 ‘국민건강 수호 약사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외면하고 편의점 판매약 품목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궐기대회는 보건복지부가 다음 달 8일로 예정한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열렸다. 2012년 11월 복지부는 약국이 문을 닫는 야간과 연휴에 꼭 필요한 비상약을 구할 수 있도록 해열진통제와 소화제, 파스 등 13개 의약품을 편의점에서 팔도록 허가했다. 지난해 제도 시행 5년을 맞아 품목 재지정이 필요한지 점검하기 위해 약사와 시민단체, 의·약학 전문가 등 10명으로 심의위원회를 발족했다. 지난해 말 열린 마지막 논의에서 겔포스와 스멕타를 추가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하지만 약사회 대표인 강봉윤 대한약사회 정책위원장이 자해소동을 벌이며 최종결정이 이뤄지지 못했다.
약사회는 그동안 편의점 판매약 품목 확대 반대는 물론, 기존 품목에서 부작용 및 오남용 우려가 큰 해열진통제인 타이레놀 등을 뺄 것을 요구해왔다. 반면 복지부는 타이레놀은 그대로 두고 제산제와 지사제 역시 추가해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오랜 기간 안전성이 검증된 데다 오남용 우려가 적다고 보기 때문이다.
약사회는 현재 편의점에서 ‘동일품목은 1회 1일분만 판매한다’는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품목의 추가 확대는 국민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매해 편의성만 추구하다 보면 환자가 갖고 있는 지병을 놓칠 수 있다”며 “국민건강권은 조금 불편해도 안전한 쪽으로 가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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