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부터 고교까지 참여형 교육
年 학비 5000만원 넘어도 인기… 46곳 재학생 4년새 1000명 증가
“중학생 때 서울의 일반 중학교에 다녔어요. 매일 일방적으로 수업을 듣고, 외우고, 1점을 두고 치열하게 경쟁했죠. 그런데 정작 내 안에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곳에 왔어요.”
27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위치한 A국제학교 입학설명회가 열렸다. 학생과 학부모는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자신의 국제학교 진학 동기를 설명하는 재학생의 이야기를 고개를 끄덕이며 유심히 들었다. 이들은 국제학교의 교육과정과 평가 방식, 입학시험 등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며 높은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공교육에 만족하지 못하는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국제학교 대안학교 등 일반 학교의 틀을 벗어난 학교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육계는 “일반 학교에서는 희망을 찾지 못하고, 유학을 보내기엔 걱정이 많은 학부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다른 교육을 시도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특히 현 정부 들어 외국어고 국제고의 입지가 불안정해진 것도 국제학교 열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학교는 인가와 미인가로 나뉜다. 현재 국내에서 학력 인정을 받는 인가 국제학교 외국인학교 외국교육기관은 총 46곳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이들 학교에 재학하는 내국인 수는 4년 새 1000명 이상 늘었다.
서울지역 학교들조차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로 학교별 학급 수를 감축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성장세다.
이들 학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과정까지 유연한 교육과정과 학생 참여 중심 교육, 우수한 시설과 교사진 등을 내세운다. 특히 교육열 높은 학부모들은 국내에서도 학력이 인정되면서 세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IB(Internationale Baccalaureat·국제공통대학입학자격제도) 과정 운영 학교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A학교 관계자는 “지난해 졸업생 전원이 세계 100대 대학으로부터 입학 허가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들 학교의 연간 학비가 5000만∼7000만 원에 달함에도 학부모들의 문의가 계속되는 이유다.
인가 국제학교의 높은 학비와 통학 거리가 부담인 학부모들 중에는 수도권 인근의 미인가 국제학교를 선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미인가 국제학교는 정식 통계는 없지만 수십 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를 미인가 국제학교에 보내고 있는 윤모 씨는 “한국에서 학력 인정은 못 받지만 영어로 소통할 수 있고 학원에 보내지 않고 다양한 교육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했다”며 “아이가 일반 학교에 다닐 때보다 행복해한다”고 말했다.
대안학교를 선택하는 사람도 늘고 있지만 미인가 국제학교와 더불어 이들은 ‘학교 밖 청소년’(약 39만 명)으로 분류돼 정확한 숫자를 알 수 없다. 교육부는 200여 곳의 대안학교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지만 교육계에서는 800여 곳으로 보는 등 학교 수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 밖 청소년은 여성가족부 소관이라 교육부가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교육부가 다룰 수 있도록 올 하반기에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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