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관 ㈜YC TEC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쑥스럽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발 부품 개발·제조회사인 YC TEC는 국내는 물론이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 법인을 둔 글로벌 기업이다.
박 회장은 지난달 부산국제영화제(BIFF) 후원회 정기총회에서 제6대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와 함께 부산불교총연합신도회장 및 금정총림 범어사 신도회장으로 취임했다. 2009년 베트남 명예총영사를 맡아 민간외교관 역할까지 하고 있는 그의 사회활동은 폭이 넓지만 소리 소문이 없다.
20년 전 ‘맑고 향기롭게’ 부산모임을 만든 뒤 지역 봉사활동에 불을 지폈다. 전남 여수 출신 부산 기업인으로 매년 영호남 화합행사도 연다. 덥고 추울 때 달동네를 찾아 선풍기와 이불을 전달한다.
BIFF 후원회장을 맡게 된 연유를 묻자 박 회장은 “초창기부터 인연이 있다. BIFF가 세계적인 영화제로 우뚝 서는 데 작은 밀알이라도 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BIFF 후원회는 2001년 BIFF 발전과 지원을 위해 지역 상공계, 의료계, 학계, 언론계 인사 100여 명이 참여해 만든 민간단체다.
“제가 회장을 맡자마자 5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좋은 분을 많이 모셔서 BIFF가 발전하는 데 큰 힘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박 회장은 BIFF와의 협력체계 구축, 후원회 사단법인화, BIFF 후원의 밤 공동 개최, 시민 참여 방안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를 둘러보고 장단점도 살펴볼 생각이다. 부산청소년·어린이영화제를 비롯해 독립영화제를 지원하기 위한 사업도 검토 중이다.
“앞으로 국가 경쟁력은 경제보다는 문화예술이나 스포츠 분야가 더 중요합니다. 한 사람의 유명 문화예술인, 스포츠 선수가 국가 발전의 원동력이 되니까요.”
박 회장은 “영화도시 부산은 불교 신도가 200만 명에 이를 정도로 불심(佛心)이 깊어 신도회장으로서 어깨가 무겁다”고도 했다. 그는 최근 불거진 불교계의 사태를 안타까워하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근본으로 하는 화합과 소통, 희생정신, 헌신과 봉사를 강조했다.
이를 위해 그는 사회의 모범이 되는 분을 뽑아 시상하는 ‘부산불교대상’을 만들 계획이다. 지역 불교문화재에 대한 가치 재조명 사업과 베트남 미얀마 스리랑카 태국 등 동남아 불교국가와의 교류사업도 구상하고 있다. 사찰에서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봉사자(보살)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한다.
지난달 13일 신라대에서 1박 2일 일정으로 진행된 제13회 영호남 청소년 어울림한마당 행사는 박 회장의 트레이드마크다. 이 행사는 그가 부산에서 살면서 느낀 영호남의 ‘벽’을 허물어 보자며 2002년부터 시작했다. 그동안 몇 차례 빠지긴 했지만 매년 여수와 부산을 오가며 열리고 있다. 지금까지 3000여 명의 청소년이 참가해 우정을 나눴다.
박 회장은 지난달 31일 1780만 원 상당의 선풍기 200대를 부산진구청에 전달했다. 최근 한 홀몸노인이 선풍기는 고사하고 부채로 힘겹게 무더위를 견뎌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저소득층을 위해 ‘사랑의 선풍기’를 내놓게 된 것이다.
박 회장과 친분이 있는 신라대 이희태 교수는 “지역에 박 회장처럼 도움이 필요한 곳에 필요한 일을 제대로 실천하는 분은 드문 것 같다. 부산의 큰 복(福)이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