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 9일 오전 9시 반 출석하라고 통보했다고 7일 밝혔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지시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재판 지연 탓에 전날 구속 기간 만료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석방된 김 전 실장은 사흘 만에 다시 검찰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봉수)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김 전 실장을 불러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의 법원행정처가 해외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소송 판결을 의도적으로 지연시켰다는 의혹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에서 확보한 A4 용지 1장 분량의 ‘재외공관 파견판사 추진 일정’(2013년 9월 작성) 문건에는 해외파견 법관을 늘리기 위해 “청와대 인사위원회 접촉을 시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김 전 실장은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대통령비서실장으로 재직했고 당시 청와대 인사위원장이었다. 검찰은 앞서 청와대 인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박준우 전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을 6일 극비리에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와 별도로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1심의관 A 판사를 소환 조사했다. A 판사는 판사들을 뒷조사했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 문건의 작성자로 알려져 있다. 휴직 상태로 미국에 머무르던 그는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최근 귀국했다. 검찰은 또 A 판사의 전임자인 B 판사도 8일 오전 조사할 예정이다.
한편 검찰은 양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사용했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대한 이미징(복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약 25만 건의 문건을 추가로 발견해 총 60만 건의 문건 목록을 확보했다. 법원은 이 가운데 900여 건의 문건을 검찰에 임의 제출 형식으로 추가로 제출했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된 법원행정처 내부 문건은 기존에 제출받은 410건을 포함해 1300여 건으로 늘어났다. 다만 추가로 제출받은 문건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임 전 차장의 USB메모리에 저장된 문건과 겹치는 것이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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