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 BMW 차량 두 대에 추가로 불이 나면서 ‘BMW 포비아(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이 중 한 대는 BMW가 그동안 화재 원인으로 밝힌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이 아니라 매연저감장치(DPF)에서 불이 났다.
9일 오전 8시 50분경 경기 안양시 제2경인고속도로 인천방면 삼성산터널 입구 부근을 달리던 BMW 320d 차량에서 불이 나 약 10분 만에 진화됐다. 앞서 오전 7시 50분경에도 경남 사천시 곤양면 맥사리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을 달리던 정모 씨(44)의 BMW 730Ld 차량에서 불이 났다. 두 차량 운전자 모두 엔진 쪽에서 연기가 나며 불이 시작됐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탑승자 모두 불이 커지기 전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국토교통부는 즉시 한국교통안전공단 관계자 등을 사고 현장에 보내 소방당국과 함께 화재 원인 등을 조사했다. 정 씨의 차량이 리콜 대상이 아니라는 점을 감안해 또 다른 화재 원인이 없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보고 있다. BMW가 국토부에 제출한 리콜 계획에 따르면 730Ld 차량 중 리콜 대상은 2012년 7월 2일부터 2015년 1월 28일 사이 생산된 차다. 정 씨의 차는 BMW 측에서 배기가스 재순환장치(EGR)에 결함이 없다고 주장하는 2011년식이다. 국토부는 이번 화재가 EGR를 포함한 차량 결함에 따른 것으로 밝혀지면 강제 리콜 등 추가 조치를 할 계획이다.
BMW코리아는 730Ld 화재에 대해 “조사 결과 EGR이 아니라 매연저감장치(DPF)에서 불이 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DPF는 차량에서 나오는 배기가스 안에 들어있는 미세한 입자들을 걸러주는 장치다.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카본 등 찌꺼기가 쌓이며 불이 붙을 수 있다. BMW코리아는 이 차량이 2014년 이후 차량점검을 받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해 정 씨의 차량 관리 소홀을 화재 원인으로 보고 있다.
BMW코리아는 730Ld 차주는 사설업체에서 정비나 점검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어서 보상이나 신차 교환을 해주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320d 차주도 안전진단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신차 교환 대신 중고차 시장가격 시세대로 보상할 계획이다.
이날 730Ld를 포함해 리콜 대상이 아닌 차량 중 불이 난 사례가 9대로 늘자 BMW가 발표한 화재 원인을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리콜 대상이 아닌 320d XDrive 세단 차주인 왕모 씨(28)는 “정부와 BMW 말을 믿을 수 없게 됐다”며 “EGR 말고 다른 화재 원인이 있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당분간 차를 이용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검토 중인 운행중지명령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8일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과, 안전진단 결과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 차량에 대해 운행중지명령을 발동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국토부는 14일까지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이 많으면 운행중지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는 견해다. 김경욱 교통물류실장은 “특정한 수치를 정해놓진 않았지만 안전진단을 받지 않은 차량이 많아 화재 위험을 제대로 관리하기 힘들다고 판단되면 운행중지명령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토부 내부에서는 현재 5만 여대인 미점검 차량이 1만대 안팎으로 줄면 운행중지명령을 내리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7000여 대가 안전진단을 받고 있다.
‘BMW 피해자 모임’ 고소인 대표 이광덕 씨 등 21명은 9일 서울 남대문경찰서에 자동차관리법 위반 혐의로 BMW코리아 김효준 회장 등 6명을 고소했다. 경찰은 “사안이 중대하고 추가 고소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했다. 피해자 모임 법률대리인인 하종선 변호사는 “다음주에 같은 혐의로 20명이 추가 고소장을 제출할 계획이다. 고소 문의가 계속 오고 있어 고소인이 불어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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