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소득 500만원 부부, 1억5672만원… 138만원 부부는 3억 육박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11일 03시 00분


[위클리 리포트]한국인들 ‘현금복지’ 평생 얼마나 받을까
국민 1인당 실수령액 추산해보니


‘나라가 나한테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세금을 발라낸 앙상한 월급 명세서를 보면 무심코 이런 한탄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소득 재분배에 중점을 둔 ‘포용적 성장’을 강조했다. 내년도 보건·복지·고용 분야 예산은 올해 144조7000억 원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국민 상당수는 “도대체 그 많은 세금을 다 어디에 쓰느냐”며 의아해 한다.

그렇다면 국민 한 사람이 정부로부터 평생 받는 현금은 얼마나 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10일 각 부처의 복지사업 406건 중 수혜자에게 직접 현금으로 지급하는 35건의 사업을 바탕으로 실제 수령액을 추산해봤다. ‘주택구입 디딤돌 대출’과 같은 저금리 혜택이나 건강보험료 감면과 같은 간접 지원, 에너지바우처 등 이용권은 계산에서 뺐다. 물론 각자의 소득에 따라 국가로부터 받은 현금엔 큰 차이가 난다. 하지만 보편적 복지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면서 중산층이라고 해도 평생 받는 돈이 상당했다.

○ 월 소득 500만 원이면 평생 1억5672만 원 혜택

자녀 2명을 둔 김보편 씨(가상인물) 부부는 한 달에 500만 원을 번다. 복지 대상 선정기준으로 주로 쓰이는 중위소득(전국 근로자를 소득에 따라 줄 세울 때 정중앙에 위치한 사람의 소득)보다 많은 금액이다. 내년도 4인 가구 중위소득은 월 461만3536원이다. 따라서 김 씨 부부는 대다수 현금 복지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그래도 다음 달 도입되는 ‘아동수당’을 탈 수 있다. 아동수당은 소득 하위 90% 가정의 6세 미만 아동 1명당 월 10만 원씩 지급한다. 4인 가구는 월 소득이 1436만 원 이하면 아동수당을 받을 수 있다. 자녀 2명분의 아동수당을 각 72개월씩 모으면 총 1440만 원이다. ‘가정양육수당’도 자녀 앞으로 나오는 대표적 현금 복지다. 2명을 모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면 84개월 동안 총 2040만 원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김 씨가 34세 이전에 중소기업이나 중견기업에 취업해 월 16만5000원씩 3년간 꾸준히 저금하면 기업이 600만 원, 정부가 1800만 원을 각각 더해 준다. 정부가 5월 추경을 편성해 도입한 ‘3년형 청년내일채움공제’ 혜택이다.

김 씨 부부가 은퇴 후 특별한 일자리를 갖지 않아 월 소득이 209만 원 이하로 줄어들면 65세부터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주는 ‘기초연금’을 올해 9월 20만 원에서 25만 원으로, 내년 30만 원(부부 48만 원)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김 씨 부부가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인 82세까지 산다면 총 9792만 원을 받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하면 김 씨 부부가 평생 국가로부터 받는 현금은 총 1억5672만 원이 된다.

○ 중위소득 30%인 저소득층 수혜액 3억 원에 육박

월 소득이 적다면 복지 혜택은 크게 늘어난다. 김 씨 부부처럼 자녀 2명을 둔 이선별 씨(가상인물) 부부의 월 소득은 138만 원이다. 중위소득의 30%에 살짝 못 미친다. 김 씨 부부가 받는 아동수당 가정양육수당 청년내일채움공제 기초연금 등은 당연히 받을 수 있다.

여기에 자녀 2명 앞으로 나오는 현금 복지제도가 다섯 가지 추가된다. 자녀를 출산하면 나오는 출산비가 자녀 한 명당 60만 원이다. 이는 임신·출산 진료비로만 쓸 수 있도록 임신부 누구에게나 바우처 개념으로 주는 60만 원 상당의 ‘국민행복카드’와 별개다. 만약 이 씨 부부의 재산이 2억 원을 넘지 않으면 자녀가 18세가 될 때까지 ‘자녀장려금’이 연 70만 원씩 나온다. 18세 미만 자녀가 월 4만 원을 저축하면 같은 액수를 정부가 보태주는 ‘디딤씨앗통장’도 있다.

자녀가 중학교 2학년에서 고등학교 3학년 사이일 땐 ‘취약계층 우수인재 육성’ 장학금을 월 30만 원씩 받는다. 초중고교 재학 때 기초생활 ‘교육급여’로 나오는 학용품비와 부교재비 명목의 지원금은 1명당 229만 원이다.

이 씨가 취업을 위해 정부가 정한 직업훈련을 받으면 ‘취업성공패키지Ⅰ’ 제도에 따라 참여수당 등으로 505만 원을 받을 수 있다. 취업에 성공해 일하는 동안 월 10만 원씩 3년간 꾸준히 저축하면 정부가 ‘희망키움통장Ⅰ’ 근로소득장려금 2240만 원을 더해준다. 만약 회사에 다니다가 정리해고 등 비자발적 이유로 이직하게 되면 새 직장을 구하는 동안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루 최대 6만 원씩 240일간 받는다. 이 씨 부부가 받는 현금 복지제도 12종을 모두 더하면 총 2억8283만 원으로, 중산층인 김 씨 부부보다 1억2611만 원을 더 받게 된다. 만약 한부모 가정이거나 범죄 피해자, 장애인 등이라면 평생 정부로부터 받는 현금 지원은 4억 원이 넘을 수 있다.

○ 수억 원의 현금 지원, 어떻게 봐야 하나

우리나라의 현금 복지 비율은 어느 정도 수준일까. 기초연금 등 각종 현금 복지의 절대적 금액만 놓고 선진국과 비교하면 적을 수밖에 없다. 주요 선진국의 복지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25% 수준에 이르는 반면 한국은 10% 정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 때부터 무상복지가 빠르게 확대된 데다 현금 복지 외에 각종 비용 감면 등 소득 보전 혜택이 많아 무조건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현금 지원 기준과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순천향대 김용하 IT금융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청년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일자리인데, 정부는 소득이 있는 청년이 저축하면 현금을 더 보태주는 소득보조정책을 주로 펴고 있다”며 “이런 정책은 일자리 자체가 없는 상황에서 아무 소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이미 어린이집 지원, 누리과정 등 정부가 책임보육을 하는 상황에서 아동수당 10만 원은 정책적 효과가 없다”며 “이 예산을 초등학교 취학 후 아이 돌봄에 투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윤석명 연구위원은 “기초연금의 정책적 목표가 노인 빈곤을 없애는 것이라면 절대빈곤에 빠진 노인을 중심으로 연금을 차등 지원해야 정책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석재은 교수는 “한국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고, 노동시장도 급변하고 있다”며 “현금성 복지 등 각종 사회보장제도가 당초 정책 타깃 층의 안전망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세밀하게 재정비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본인 부담 진료비 지원… 임신부-장애인 바우처 등 ‘비용감면’ 복지도 상당수▼


정부가 실시하는 복지사업 중에는 ‘비용 감면성’ 혜택이 적지 않다. 현금으로 직접 주지는 않지만 수혜자가 꼭 지갑을 열지 않아도 의식주와 건강을 위해 필수적인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해 소득을 보전해주는 개념이다.

대표적인 게 건강보험으로 지원되지 않는 본인 부담 진료비를 덜어주는 의료비 혜택이다. 국가 암 검진에서 위·간·유방·대장·자궁경부암 등 5대 암 중 하나로 확인되면 한 해 진료비 200만 원(의료급여 수급자는 220만 원)을 3년간 지원한다. 월 소득이 461만3536원(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4인 가구가 연 소득의 20% 이상 진료비를 부담하게 되면 이를 ‘재난적 의료비’로 보고 연간 최대 2000만 원을 지원해준다.

일반적으로 입원 진료비의 본인부담률은 20% 수준이지만 15세 이하 아동이 입원하면 부담률이 5%가 넘지 않도록 해준다. 이 밖에 난임 부부의 체외수정 시술비를 1회당 최대 50만 원 범위에서 4회 지원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치과 임플란트 1개당 14만 원가량을 감면해준다.

건강보험 진료비를 깎아주는 게 아니라 임신부가 정부 지정 병·의원이나 조산원에서 쓸 수 있는 바우처를 주는 제도도 있다. 국민행복카드로 발급되는 60만 원 상당의 ‘임신·출산 진료비’ 바우처다. 쌍둥이를 임신했거나 인천 옹진군 등 분만 취약지에서 이용하면 20만∼40만 원을 얹어준다. 0∼2세 아동의 어린이집 이용료(월 25만∼44만 원)와 3∼5세 누리과정 비용 일부(5만∼22만 원)는 아이행복카드로 지원한다.

장애인은 가사활동 보조나 방문간호, 방문목욕 등에 쓸 수 있는 바우처를 받는다. 장애 1등급은 월 127만 원, 4등급은 50만6000원 등이다. 중증장애를 가진 홀몸노인이면 최고 293만8000원이 추가된다. 반년 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증질환자나 소년소녀가장 가정도 가사 및 간병 서비스를 월 최대 27시간 받을 수 있다.

저소득층은 문화 및 체육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문화누리카드 바우처를 받는다. 1명당 영화나 도서, 여행사, 야구 경기 관람권 등에 사용할 수 있는 바우처가 7만 원어치 지급된다. 5∼18세 아동 청소년에겐 월 8만 원의 스포츠(태권도 수영 축구 등) 강좌 수강료를 따로 준다. 자연휴양림 등 산림복지 서비스에 쓸 수 있는 이용권도 연 10만 원어치 지급된다.

김윤종 zozo@donga.com·조건희 기자
조소진 인턴기자 고려대 북한학과 4학년
#현금복지#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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