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시베리아 열차학교’, 중-러-몽골 탐방 17일간 대장정
고교생-교직원 등 146명 참여… 윤동주 생가 방문 등 다양한 활동
8일 전남 독서토론 열차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을 위해 몽골 제18학교 학생들이 전통 춤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중국 단둥을 출발한 열차학교는 이날 17일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전남도교육청 제공
전남도교육청이 운영하는 ‘시베리아 횡단 전남 독서토론 열차학교’가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서의 교류활동을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독서토론열차는 전남의 고교 1학년 120명이 매년 여름방학에 16박 17일 일정으로 중국·러시아·몽골 등을 탐방하며 독서·토론·역사체험 등을 통해 꿈을 키우는 프로그램이다. 조선족·고려인·러시아 및 몽골 청소년과 다양한 교류활동을 하고 사막화 방지 나무심기 등 지구촌 평화를 위한 활동에도 참여한다.
○ 전남 교육 대표 브랜드로 성장
2015년부터 운영되고 있는 열차학교는 전남도교육청이 ‘통일 한반도를 꿈꾸며 평화 번영의 유라시아 시대를 선도할 인재육성’을 목표로 야심 차게 추진하는 특색교육 사업이다.
올해는 3·1운동과 상하이(上海)임시정부 수립 99주년이라는 뜻깊은 의미를 담아 ‘항일독립과 민족의 얼’이라는 주제를 내걸고 지난달 25일 출발해 이달 8일 일정을 마쳤다. 이번 여정에는 전남 고교 1학년 120명과 교직원 등 총 146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8명씩 15개 반으로 나눠 독서토론, I-Brand 책 쓰기, 명사와 함께하는 진로·진학 로드맵 짜기 등을 통해 열차라는 제한된 공간 속에서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협동심을 발휘하면서 의사 소통능력을 키웠다. 압록강을 따라 백두산에 이르는 북-중 국경지대를 탐방하며 민족의 얼과 통일의지를 다졌다. 중국 지린(吉林)성 룽징(龍井) 윤동주 생가에서 시낭송과 추모 백일장 행사를 갖고 러시아 크라스키노에 있는 안중근 단지동맹비에서 ‘신독립군가’ 플래시몹을 펼치기도 했다. 몽골에서는 초원의 게르에서 묵으며 승마를 체험하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별빛을 바라보며 토론회를 여는 등 추억을 만들었다.
이윤주 군(17·진도 조도고 1년)은 “열차 안에서 독서와 토론을 하면서 인문적 소양을 쌓고 역사의식과 조국애를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 내년에는 통일희망열차로 변신
10일 귀국보고회를 가진 학생들은 두 차례 더 캠프를 연 뒤 그동안의 탐방 결과와 자신만의 가치를 담은 ‘I-Brand 책’을 출간하고 11월 2일 졸업식을 끝으로 활동을 마친다.
고교 시절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유라시아 대륙을 경험하는 기회인 만큼 매년 학생들의 독서토론 열차학교 참가 의지가 뜨겁다. 고교 1학년을 대상으로 매년 여름방학에 운영되기 때문에 중학교 3학년을 대상으로 선정한다. 심사기준도 무척 까다롭다. 올해는 1차로 ‘4차 산업혁명’,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등 필독도서 6권에 대한 서평과 독후논술을 평가하고 2차로 1박 2일 동안 합숙을 하면서 심층토론과 면접, 인성 등 협업능력과 체력 등을 평가해 선발했다.
올해까지 네 차례 운영된 열차학교는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키워주고 민족의식을 고취시키는 성과를 거둬 전남교육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전형권 전라남도교육청 학교정책팀 장학사는 “독서토론 열차학교에 참여한 학생들이 무엇보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를 가졌다는 점이 변화”라고 말했다.
전남 독서토론 열차학교는 내년에는 ‘통일희망열차’로 변신한다. 전남도교육청은 한반도에 평화 화해무드가 조성됨에 따라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목포와 신의주를 잇는 한반도 종단열차와 연결해 통일의식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올해 열차학교 북한 경유가 실현되지 못해 아쉽지만 내년부터는 목포에서 경적을 울리며 서울과 평양을 거쳐 시베리아로 향할 수 있도록 정부, 민간단체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