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월 영국 런던동물원 다니엘라 라바이오티 박사과정생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뱀 전문가 데이비드 스틴 박사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어요. 미국 앨라배마주 오번대 자연사박물관에서 연구교수로 일하는 스틴 박사가 종종 소셜미디어에서 뱀에 대해 설명하는 것을 보았거든요. 다음 날 스틴 박사는 라바이오티의 질문에 “네. 뀌죠”라고 대답해 주었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본 사람들은 그때부터 평소 궁금했던 동물들이 방귀를 뀌는지 물어보고 답을 달기 시작했어요. 그 아래엔 ‘#DoesItFart’(방귀를 뀌나요)라는 해시태그를 달았지요. 어떤 동물이 방귀를 뀌는지 각자 알고 있는 정보를 정리해 문서로 공유하기 시작했답니다. 동물의 이름과 종명, 방귀를 뀌는지 여부, 설명, 작성자 아이디 등을 문서로 정리해 나간 거예요.
약 1년이 지나자 모두 86종의 동물에 대한 방귀 정보가 한 문서에 담겼어요. 그 안엔 라바이오티가 연구하고 있는 아프리카 들개를 비롯해 박쥐, 치타, 기린 등의 동물이 방귀를 뀌는지,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특히 냄새가 고약한지에 대한 내용 등이 적혀 있답니다.
‘#DoesItFart’ 명단을 살펴보면 대부분의 포유류, 파충류, 어류, 양서류, 곤충은 방귀를 뀌어요. 바퀴벌레 한 마리는 1년 동안 방귀로 35g의 메탄가스를 내뿜지요. 이는 몸무게의 약 45배에 달하는 양이에요.
반면 소라, 해삼 등 원시적인 소화기관을 가진 생물들은 방귀를 뀌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새도 방귀를 뀌지 않는다고 하는데, 실제론 가스를 만들어 내는 장내 세균을 갖고 있어 구조적으로 방귀를 뀔 수 있지요. 다만 만들어지는 가스의 양이 적을 뿐이랍니다. ○ 초당 1000번씩 뜨거운 방귀를 뿡뿡! 폭탄먼지벌레는 위협을 느낀 순간 꽁무니에서 유독물질인 벤조퀴논과 뜨거운 수증기를 뿜어내요. 그 순간 수증기의 온도가 100도 이상 올라가기 때문에 한번 뜨거운 맛을 본 포식자는 다신 폭탄먼지벌레를 건드리지 않는다고 해요.
폭탄먼지벌레의 이런 행동을 보고 사람들은 ‘방귀벌레’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하지만 폭탄먼지벌레가 뿜어내는 물질은 사람이 뀌는 방귀와는 전혀 달라요. 폭탄먼지벌레가 뿜는 유독물질은 특별한 기관에서 만들어지거든요.
폭탄먼지벌레의 배에는 두 종류의 방이 있어요. 위쪽 방에는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이라는 화학물질이 저장돼 있고, 아래쪽 방에는 카탈라아제와 페록시다아제라는 효소들이 저장돼 있지요. 그런데 폭탄먼지벌레가 위협을 느끼면 두 방 사이의 밸브가 열리면서 위쪽 방에 있던 화학물질이 아래쪽 방으로 이동해요. 그러면서 과산화수소와 하이드로퀴논이 분해돼 폭발을 일으키지요. 그 결과 뜨거운 열과 산소, 그리고 독성물질인 벤조퀴논이 발생한답니다. 폭탄먼지벌레는 이런 폭발을 초당 300∼1000번까지 일으킬 수 있어요.
올해 2월 일본 고베대 연구팀은 폭탄먼지벌레의 특별한 탈출법을 학계에 알렸어요. 포식자의 공격을 피할 때 사용하는 뜨거운 방귀로 포식자의 위에서 살아 돌아오기까지 한다는 내용이었지요.
연구팀은 두꺼비와 폭탄먼지벌레를 한곳에 넣고 관찰했어요. 두꺼비는 폭탄먼지벌레를 발견하자마자 혀를 뻗어 집어 삼켰지요. 그 뒤 두꺼비의 뱃속에서 폭발음이 들리더니 두꺼비가 폭탄먼지벌레를 토해냈답니다. 폭탄먼지벌레가 폭발을 일으키자 따가움과 뜨거움을 이기지 못한 두꺼비가 입 밖으로 토해낸 거죠. 이렇게 죽다 살아난 폭탄먼지벌레는 전체의 43%에 해당해요. 또 두꺼비가 폭탄먼지벌레를 삼킨 뒤 뱉기까지는 12∼107분이 걸렸답니다. ○ 항문으로 공기를 빨아들였다가 다시 뽕뽕!
미국 라파예트대 브루스 영 교수팀은 소노란 산호뱀이 내는 소리의 정체를 분석했어요. 실험실에서 방귀 소리를 녹음하고 이 소리가 대체 어디에서 어떻게 나는지 알아보았지요. 그 결과 소노란 산호뱀은 위협을 느낄 때 0.2초 길이의 짧은 방귀 소리를 내는 것을 발견했답니다. 방귀 소리의 크기는 50dB 정도로 2m 거리에서도 들을 수 있는 꽤 큰 소리였지요.
영 교수팀은 소노란 산호뱀이 그 소리를 낼 때 항문 주변의 괄약근을 움직인단 사실을 발견했어요. 괄약근을 이완해 공기를 항문 안으로 빨아들인 뒤, 다시 수축해 공기를 밖으로 내보내며 소리를 냈지요. 연구팀은 이 현상이 뱀의 소화기관인 ‘총배설강’을 통해 일어난다는 뜻에서 ‘총배설강 파핑(Cloacal Popping)’이라고 이름 붙였답니다.
과학자들은 소노란 산호뱀이 적을 위협하기 위해 방귀를 뀌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요. 영 교수는 “모든 뱀이 같은 신체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아마 소노란 산호뱀처럼 인위적으로 방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답니다.
방귀로 친구들과 대화하는 동물도 있어요. 주인공은 바로 청어예요. 덴마크 오르후스대의 망누스 발베르 박사팀은 청어의 방귀를 관찰하기 위해 물속에 카메라와 마이크를 설치했어요. 그 결과 청어들이 수면 가까이로 올라오거나 내려갈 때 또는 포식자들이 다가올 때 소리를 낸단 사실을 알아냈지요. 이 소리가 날 때 청어들의 항문에서 뽀글뽀글 공기방울이 뿜어져 나오는 것을 보고 청어가 방귀를 뀐다는 사실을 발견했답니다. 청어의 수가 많아질수록 한 마리의 청어가 내는 공기방울은 더욱 많아졌지요. 연구팀은 청어의 방귀가 의사소통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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