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여비서 성폭행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에 여야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이 보도된 당일 즉각 제명 절차를 밟은 더불어민주당은 정작 침묵했고, 야당은 한목소리로 재판부를 질타했다.
민주당은 안 전 지사의 무죄 판결에 공식 논평을 내지 않고 침묵했다. 민주당 대변인단은 전날 회의를 열어 관련 논평을 내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안 전 지사를 쳐낸 상황에서 재판부를 존중한다는 논평을 할 수도 없고, 여성계의 목소리만 대변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며 곤혹스러워했다.
이런 스탠스는 6·13지방선거를 앞둔 3월 5일 안 전 지사의 성폭행 의혹 보도가 나오자마자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안 전 지사 출당 및 제명을 의결한 것과 극히 대조적이다. 5일 추미애 대표는 트위터로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출당 및 제명 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했고, 당 윤리심판원은 이튿날 곧바로 안 전 지사를 제명했다. 당시 여권 주변에선 “범여권 차기 대권주자였던 안 전 지사에 대한 친문(친문재인) 진영의 견제심리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었다. ‘친문 유력 주자’를 상대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폭로가 터졌다면 당 지도부가 곧바로 제명이라는 초강수를 두기는 어려웠을 거라는 얘기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전체 선거구도에 미치는 악영향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조치였다. 당시로서는 (제명이) 최선이었다고 본다”고 했다.
야권에선 1심 판결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자유한국당 신보라 원내대변인은 “사법부가 사실상 미투 운동에 사형 선고를 내렸다. 이번 판결을 보며 안도하고 있을 수많은 괴물에게 면죄부를 준 사법부의 판단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법적으로 무죄가 났더라도 안 전 지사의 정치적 도덕적 책임은 심대하다”고 했다. 민주평화당 김형구 부대변인은 “법원이 심사숙고해 결정을 내렸겠지만 의외의 결과다. 국민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권력을 가진 이가 위력을 행사해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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