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조사 후 도민참여단 200명 구성… 9월 중순 공론조사 권고안 발표
개원 불허땐 中 투자그룹 반발 예상
제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선 국내 최초의 외국 영리병원인 녹지국제병원. 사업승인은 받았지만 병원개설 허가를 받지 못한 상황에서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녹지국제병원 제공
국내 최초의 외국 영리병원 개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공론화 과정과 결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주도는 제주국제자유도시 핵심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인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에 들어서는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해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는 신고리 원전에 대해 공론 조사를 한 적이 있으나 지역 차원에서는 처음이다.
기관과 단체 등에서 추천을 받은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위원장 허용진 변호사)는 연령, 성별, 지역 등을 안배해 도민 3000명을 대상으로 15일부터 설문조사를 하고 있다. 설문조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설 찬반, 도민참여단 참여 여부 등 모두 8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이어 찬성, 반대, 유보 의견 비율에 맞춰 도민참여단 200명을 구성한다. 이들은 워크숍 등 숙의 프로그램 절차를 거쳐 의견을 모은다. 이를 토대로 공론조사위원회는 다음 달 중순 공론조사 결과를 담은 권고안을 제주도지사에게 제출한다. 공론조사위원회에서 제출한 권고안을 제주도지사가 수용할 가능성이 높다.
공론조사 결과 개원 불허로 의견이 모아질 경우 녹지국제병원을 건립한 녹지제주헬스케어타운유한회사의 반발이 예상된다. 이 회사는 공론조사에 반대 의사를 밝히고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회사에 전액 투자한 중국 뤼디(綠地)그룹 관계자는 “공론조사까지 가지 않고 지난해 말에 결정이 났어야 할 일이었다. 허가가 나지 않으면 소송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뤼디그룹은 2015년 12월 보건복지부로부터 녹지국제병원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후 지난해 7월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 내 2만8002m² 용지에 지하 1층, 지상 3층, 연면적 1만8253m²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건물을 준공했다. 성형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내과 등 47병상을 갖추고 있으며 제주도의 권고로 의사, 간호사 등 134명을 채용했다. 지금까지 사업비 778억 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의료영리화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무상의료운동본부 등이 반대하면서 개원하지 못했다. 병원 개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제주도는 지난해 8월 녹지국제병원 신청에 대해 수차례 결정을 연기했다가 공론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영리병원은 규제를 없애 의료관광을 비롯한 의료산업을 활성화시키자는 의도에서 추진돼왔다. 일각에서는 “태국 싱가포르 등이 투자를 유치해 아시아 의료 허브로 성장하고 있는 데 반해 국내 병원은 각종 규제에 묶여 의료관광 시장을 경쟁국에 빼앗기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리병원을 찬성하는 측에서는 의료관광 코디네이터, 의료통역사 등의 의료관광서비스 일자리를 창출하는 장점도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현 정부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의료영리화 정책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