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대작(代作)’ 사건으로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가수 조영남 씨(73)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이수영)는 17일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씨에게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조 씨는 2011년 9월부터 2016년 4월까지 다른 작가들을 시켜 그림을 그리게 한 뒤 자신의 작품인 것처럼 팔아 20여 명으로부터 1억8000여만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재판부는 이날 실제 그림을 그리지 않은 조 씨를 미술 작품 작가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화투를 소재로 한 미술작품은 조 씨의 고유한 아이디어”라며 “대작 화가들은 보수를 받고 아이디어를 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한 기술적 보조자나 조수일 뿐”이라 설명했다.
조 씨가 구매자들에게 조수를 이용해 그림을 그린 사실을 알리지 않았지만, 이를 사기죄로 처벌할 수는 없다는 게 재판부 결론이다. 재판부는 “구매자들은 구입 동기로 ‘아이디어의 참신함’ ‘조영남의 이름값’ ‘소장가치’ 등도 진술하고 있다”며 “대작 작가를 사용한 사실을 알았다면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구매자들이 조 씨에게 속아서 작품을 사들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1심과는 정반대되는 결론이다. 1심은 대작 작가의 그림을 자신의 작품으로 판매하는 건 미술계 관행으로 인정할 수 없는 사기 행위로 보고 조 씨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조 씨는 이날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그림을 덤벙대며 그리다가 이 사건 이후로부터 진지하게 그릴 수 있게 됐다”며 앞으로 미술활동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