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지숙 대구시의회 의장은 16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양당 구도로 내부 갈등과 마찰이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 안팎에 많았지만 지금까지는 더 열정적이고 활발한 모습을 보이는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구시의회는 1991년 개원 이후 처음으로 진보 정당 시의원 5명이 한꺼번에 입성했다. 한국당 소속 의원 25명을 포함해 모두 30명이 제8대 시의회를 이끌어간다.
배 의장은 “정치와 이념, 성향의 다양화가 시의회를 성장시킬 것으로 믿고 있다. 시의원 모두 이제 지방 정치가 시민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는 인식에 공감하고 있어 협력의 긍정적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달 1일 시의회가 대구취수원 이전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사과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한 일은 협치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여야 시의원들이 합심해 지역 현안에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배 의장은 “장관 사퇴 촉구 같은 형식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은 넣지 않았고, 취수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냈다. 시의회로서 격이 다르다는 칭찬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앞서 대구시의회는 지난달 ‘맑은 물 공급 추진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여야 시의원 7명이 2020년 6월까지 대구취수원 이전을 비롯해 시민들의 먹는 물 개선 방안을 연구한다. 지역의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시의회 차원의 대응 체계도 논의할 계획이다. 배 의장은 “특별위원회 이름은 여야 의원들과 머리를 맞대 결정했다. 취수원 이전 문제에 국한하지 않고 후손과 미래를 생각해 더 포괄적인 의미를 표현해야 한다는 판단에 모두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3선인 배 의장은 대구시의회 첫 여성 의장이라는 ‘1호 타이틀’을 갖고 있다. 이로 인해 책임과 부담이 더 크다는 그는 “정치인은 누구보다 시대의 흐름을 잘 읽고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풀뿌리 민주주의의 변화를 직시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가장 먼저 실천하기 위해 전반기 의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배 의장은 “대구시민들이 침체된 경제로 인해 힘든 데다 유례없는 폭염까지 겹쳐 삶에 지쳐 있다. 시의회가 예전과 다르지 않다면 누가 제대로 돌아보겠느냐며 동료 의원들에게 호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의 심장으로 일컫는 대구에서 첫 여성 의장이 탄생한 것에 시민들이 적잖게 놀라고, 시의회 활동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것을 느낀다. 의회가 한 단계 도약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맡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배 의장은 요즘 매일 밤늦게까지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시민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서 손을 잡고 대구를 위한 소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다. 그는 “그날 할 일을 미루지 못하는 성격이다. 사무처 직원들이 고생스럽지만 잘 따라줘서 고맙다”고 했다.
배 의장에게 “감투가 없었던 평의원 때보다 더 깊이 고개를 숙이고 더 깍듯하게 인사하는 것 같다”고 하자 그는 “시민들에게 진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동료 의원들에게는 존경심을 표현하려고 하다 보니 그런 것 같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이어 “정치 소신이 언행일치다. 의장이 가장 낮은 자세로 일해야 의회 전체가 잘 소통할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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