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은돈 바로주는 부과식… 인구 줄어드는 경우 위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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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인구구조 뒷받침돼야… 저출산 한국은 미래세대 부담 커

지금처럼 국민연금을 운영하면 ‘기금 곳간’은 2057년 텅텅 비게 된다. 이후에도 국민연금을 유지하려면 현재 적립식에서 부과식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 부과식은 매년 필요한 연금만큼 근로세대에게 거두는 것이다. 근로자들에게서 세금처럼 보험료를 거둬 그해 은퇴자들한테 연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동아일보의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도 20명 중 12명이 ‘부과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어떻게든 적립식을 유지해야 한다’는 응답(7명)보다 많았다. 응답 결과만 놓고 보면 부과식도 하나의 대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부과식 변경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한 대다수 전문가들은 전제조건으로 ‘안정적 인구구조’를 꼽았다. 현재와 같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에선 보험료를 낼 근로자보다 연금을 받을 은퇴자가 많아 부과식 운영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배준호 한신대 글로벌비즈니스학부 교수는 “출산율 2.03명 내외를 유지한다는 전제에서 부과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이보다 낮으면 근로세대의 부담이 너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2.03명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만약 지금과 같은 출산율이 2088년까지 이어져 부과식으로 전환한다면 2088년 근로세대가 부담할 보험료율은 37.7%에 이른다.

부과식으로 바꾸면 적립식의 가장 큰 장점인 기금운용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전 기금운용평가단장)는 “기금의 연평균 수익률을 1%만 높여도 보험료율을 2%포인트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부과식으로 전환하면 기금운용 수익으로 보험료 부담을 덜어주는 일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최대한 적립식을 유지하면서 부과식으로 전환해도 큰 충격이 없을 정도로 제반 여건을 갖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원섭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고령화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적립금을 유지하면서 부과식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기초연금을 높이는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하경 기자 whatsup@donga.com
#국민연금#부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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